장한나 엄마가 부럽습니다!


장한나 엄마가 부럽습니다!

첼리스트 장한나양이 오랜만에 고국에서 독주회를 엽니다. 저는 지난주에 부천의 외가에 머무르고 있는 한나양을 만났습니다. 2년 전 독주회 때만 해도 앳된 느낌이 물씬했던 한나 양은 이제 부쩍 성숙한 숙녀로 자라 있었습니다. 항상 길렀던 머리는 올해 봄에 짧게 잘랐다고 했습니다. 올해 18살. 한나양은 이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 됩니다. 하버드 대학에서 입학 허가를 받았습니다. 연주 활동 틈틈이 열심히 공부해서 우리의 수능시험에 해당하는 미국의 SAT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한나양은 하버드 대학에 들어가서 철학을 공부할 예정입니다. 왜 음악이 아니라 철학을 전공하려고 할까요. "제 경우에는 어떤 곡을 연주할 때 그 곡이 나온 역사적 배경을 공부하는 게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철학을 공부하는 게 연주에도 큰 도움을 줄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인간적으로도 보다 성숙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아요" 프로코피에프의 작품을 연주하기 전에 그 시대 러시아의 역사와 철학을 공부하고, 프랑스 인상파 작곡가들의 작품을 연주하기 전에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을 본다는 한나양에게는, 철학을 전공하겠다는 게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결정인지도 모릅니다. "힘들겠지만, 차근차근 하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요. 음악계의 선생님들도 공부할 수 있을 때 하라고 하세요. 대학은 다 가는 때가 있잖아요. 지금 아니면 대학 공부 하기 힘들잖아요" 한나양은 다만 올해 9월에 입학하려던 계획은 바뀔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몇 달 동안 재충전 기간도 갖고, 읽고 싶은 책도 많이 읽으면서, 대학 생활을 준비하겠다는 얘기였습니다. 안 그래도 장한나양은 책읽기를 좋아하기로 소문이 나 있습니다. 요즘은 무슨 책을 읽고 있느냐고 했더니 니체의 `Birth of Tragedy(비극의 탄생)`라는 책을 보여줬습니다. `비극의 탄생`은 니체의 첫 저서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나양은 바그너에게 헌정된 책이라고 해서 읽기 시작했다고 했습니다. `어떤 사물이 두 개 있으면 이 두 개를 비교하게 마련이지만, 비교하기 시작하면 이 사물의 본질은 사라진다`는, 데카르트의 말을 인용하면서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자신의 속도로 가겠다`고 하는 장한나양을 보면서 감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많은 선생님들께서 평생을 음악을 했는데도 아직도 멀었다고 하세요. 음악은 정말 끝이 없는 것 같아요. 남과 경쟁하는 게 아니라 자신에게 도전하고 끝없이 싸우는 거죠. 저는 그저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왔고, 또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요즘은 새로 나온 황병기 작품집을 열심히 듣고 있다는 장한나양 말을 듣고, 얼마전 만났던 황병기 선생도 장한나양 얘기를 했었다는 사실을 떠올렸습니다. "나는 장한나를 잘 알지도 못하지만,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한다고 하던데, 참 기특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음악이라는 게 연습만 많이 한다고 되는 게 아니거든. 아직 어린 나이에,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게 참 신통해요" 두 사람이 만나본 적은 없다지만, 그러고 보니 많이 닮은 구석도 있는 듯합니다. 황병기 선생도 대학에서는 법학을 공부했었습니다. 장한나양은 오는 18일,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독주회를 엽니다. 공연표는 제가 지난번 말씀드린 것처럼 한참 전에 매진됐습니다. 한나양에게 걸고 있는 국내 음악팬들의 기대를 잘 보여줍니다. 이제 한나양은 더 이상 `음악 신동`, `천재 소녀`로만 머무르지 않고 대가의 길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인생의 깊이와 연륜이 좋은 음악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어느 악기에나 해당되는 말이겠습니다만, 특히 명상적이고 관조적인 소리를 내는 악기 첼로에 더욱 맞는 말이기도 합니다. 철학도가 되려는 장한나양에게 더욱 기대를 걸게 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사족 같지만, 저는 취재하면서 장한나양이 부럽다기보다는 한나양의 부모가 부러웠습니다. 물론 뒷바라지 하느라 힘든 일도 많았겠지만, 이렇게 훌륭하게 성장한 딸이 얼마나 자랑스럽고 대견하겠습니까. 그리고 저는 이제 겨우 세 살인 저희 딸을 생각했습니다. 엄마 입장이 되고 보니 이렇게 생각하게 되나 봅니다. 그러고 보면, 자기 아이를 유명인사로 키우겠다는 다른 엄마들 치맛바람도, 조금 이해가 가는 구석이 있기는 합니다. 물론 치맛바람이 좋다는 건 아닙니다만. 저는 제 딸이 장한나양처럼 훌륭한 연주자가 되기를 바라지도 않고, 유명해지기를 원하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무엇을 하든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주체성과 반듯한 가치관, 그리고 왕성한 지적 탐구심을 가진 사람으로 자라줬으면 하는 소망은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장한나양은 음악적인 재능 외에 이런 것들도 갖추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공연관람 숙제 해결!

요즘은 학생들 방학 숙제로 공연 관람이 빠지지 않더군요. 저희 회사에서도 `애들이 볼만한 공연이 뭐가 있느냐`고 물어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런 공연들을 간단히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이번에는 우선 어린이 연극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는 호주 REM극단의 `달을 훔친 쿠카부라`가 공연되고 있습니다. 쿠카부라는 달님한테 반해 어느 날 밤 달을 훔친 욕심꾸러기 새의 이름입니다. 달이 없어지니 큰일이죠. 숲 속의 동물들은 쿠카부라를 웃게 만들어 부리 속의 달을 꺼내려 합니다. 이 연극은 재미난 이야기를 곁들여 어린이들에게 오케스트라의 관현 악기를 소개하려는 의도로 기획됐습니다. 공연을 보면서 관객은 호주 숲속으로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됩니다. (19일까지) 자유소극장에서는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쟁이`가 공연됩니다. 백설공주는 이미 잘 알려진 동화지만, 줄거리를 새롭게 구성해서 권선징악적인 기존 동화의 틀을 깼습니다. 백설공주를 사랑하는 말 못하는 난쟁이 반달이가 주인공입니다. 반달이의 순수한 사랑을 통해 진실한 사랑의 의미를 보여줍니다. 올해 서울 국제 아동 청소년 공연예술제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작품입니다. (12일까지) 자유소극장에서는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쟁이`가 끝나면 `여우야 뭐하니? 동산에 꽃피면 나하고 놀자`가 공연됩니다. 소년으로 변신해 아이들과 함께 놀게 된 여우를 주인공으로, 놀이 속에서 동물과 친구가 되고, 자연과 하나되어 살아가는 세상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놀이 문화와 전통 음악, 동요를 접목했습니다. (14일부터 19일까지. 예술의 전당 공연 문의는 전화 580-1300) 세종문화회관 컨벤션 센터에서도 어린이 연극이 공연됩니다. `마법의 날개`라는 작품이죠. 하늘을 날고 싶은 소녀가 주인공입니다. 이 소녀는 마법사를 찾아가고, 마법사는 소녀에게 날개를 얻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환상적인 하늘 여행을 만들어주는 소품과 움직임, 그리고 재미있는 놀이들로 꿈의 세계가 펼쳐집니다. (14일-26일, 세종문화회관 공연 문의는 399-1706~7) 이밖에도 뮤지컬 `둘리`(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19일까지), 어린이 난타(양재동 한전아츠풀 센터, 19일까지), 서커스 뮤지컬 `일곱 난쟁이와 백설공주`(26일까지, 63빌딩 컨벤션센터) 등이 어린이들과 함께 볼 만한 공연입니다. 한가지 덧붙인다면 어린이 연극이라고 해서 어린이들만 보내지 말고, 부모님도 함께 보시라는 것입니다. 앞에 말씀드린 공연 중에 몇 편은 저도 이미 봤는데, 어른에게도 어린 시절을 돌아보게 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자녀들과 함께 보고 연극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더욱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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