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엽기적인 그녀' 원작자 김호식씨


영화「엽기적인 그녀」의 원작자 김호식(27)씨는 그동안 유명세를 톡톡히 치른 듯 했습니다.

한동안 `엽기문화의 선두주자'로 혹은 `톡톡 튀는' 신세대 작가로, 이곳 저곳 불려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답니다.

그러나 이런 세간의 갑작스런 관심이 그에게는 어색하고 쑥스러운 듯 했습니다.

'초등학교 땐 일기도 안 썼어요. 책읽고 글쓰는 것을 싫어해요. 그런 제가 작가라니요...' 「엽기적인 그녀」는 터프한 여성과 순진한 복학생의 연애담을 코믹하게 그린 작품으로, 지난 99년 김씨가 PC통신 유머란에 `견우94'라는 ID로 올리기 시작한 글이 네티즌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고, 급기야 영화로 제작됐습니다.

지난해에는 책으로도 출간돼 10만부 이상이 팔릴 정도로 인기를 모았습니다.

사람들이 그토록 그의 글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요.

PC통신 글이 갖는 문체적 특성이나 재기 발랄한 이야기도 그 요인 중 하나겠지만 정작 그가 첫번째 이유로 꼽는 것은 무엇보다 극중 캐릭터의 매력입니다.

'기존의 남성상, 여성상과는 전혀 다른 캐릭터를 보여주니까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 같아요. 자기를 이끌어 줄 수 있는 터프한 여자를 사귀길 바라는 남자들이 의외로 많더라고요. 여자들은 또 남자가 헌신적이길 바라지 않나요?'

최근 시사회에서 영화를 보고 난 김씨는 영화의 절반 가량이 원작과 달리 새로 추가되거나 바뀌었음에도 '영화가 훨씬 더 재미있는 것 같다'며 즐거워했습니다.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점은 `엽기적인 그녀'가 실화냐는 것.

'캐릭터나 줄거리는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쓴 겁니다. 그런데 실화냐 아니냐는 중요한 것 같진 않습니다. 단지 사람들이 소설이나 영화를 본 뒤 애인을 더욱 소중하게 여긴다면 그걸로 만족해요.'

실제 `엽기적인 그녀'는 김씨가 입대하기 전 6개월가량 만났던 여자친구라고 조심스럽게 털어놓았습니다.

그러나 그 여자친구는 자신의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지는 것을 싫어한다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한 번은 낯뜨거운 내용의 글이 `엽기적인 그녀'라는 제목으로 PC통신에 올라와 네티즌과 그 여자친구로부터 항의를 받은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극중 차태현(`견우'역)의 캐릭터는 본인과 닮았느냐'고 묻자 '어설프고 덜 떨어진 것은 비슷한 것 같은데 제가 여자친구한테 그렇게까지 헌신적이지는 않아요'라며 웃습니다.

각종 출판사에서 속편을 써달라는 요청이 쇄도하지만 이쯤에서 `엽기적인 그녀'를 마무리짓겠다고 합니다.

불과 20대 젊은 나이에도 그의 직함은 직원 20여명을 둔 인터넷 벤처회사의 `이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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