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만 모아요"


◎앵커:우리 교육사의 산증거인 교과서만을 전문적으로 모으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일본의 왜곡 역사교과서 문제로 온 나라가 분노하고 있는 요즘 이 사람의 별난 취미가 새삼 가슴에 와닿는 것 같습니다. 오늘(22일) 테마기획은 평생을 교과서 수집에 바친 양호열씨를 이재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별난 수집가 양호열 씨의 서가는 그야말로 교과서 박물관입니다. 1895년 우리나라 최초의 국사 교과서인 조선역사를 비롯해 조선총 독부가 발행한 초등찬가, 그리고 미 군정청이 발행한 한글 첫걸음 등 지금은 찾아 볼 수 없는 희귀자료들이 소중하게 보관되어 있습니다. 양 씨의 이런 교과서수집벽은 18년 전부터 시작됐습니다.

<양호열(45, 대구시 수성구 황금동)"조선 어독본 등 일제시대때의 교과서가 파지로 팔려나간 것을 제가 처음 목격했을 때 너무 안타까워서...">

이때부터 양씨는 교과서를 수집하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고 다녔습니다. 가족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옛 교과서가 있다는 소문만 들으면 어디든지 달려갔습니다.

지금까지 수집한 교과서는 무려 1만 2000 여권. 개화기부터 일제시대 그리고 한국 전쟁과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잊혀져간 교과서들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또 책걸상과 풍금, 표창장 등도 수집해 우리나라 교육 변천사를 한눈에 되살려 냈습니다.

양 씨는 단순히 교과서만을 수집하지 않았습니다. 교과서를 통해 얻은 교훈은 명예 교사로 직접 나서 아이들에게 산 역사로 가르쳤습니다.

<양호열(45, 대구시 수성구 황금동) "일본 국기를 그려넣었던 이 책이 바로 그 당시 에 우리나라 어린이들이 식민지 시대에 또 우리나라를 뺏겼던 시대에 어렵게 공부를 했던거예요.">

시대와 삶의 기록인 교과서의 상실은 역사의 분실이라는 양씨, 양씨의 노력으로 주변에서 무심히 사라지던 우리 삶의 또 한 자취가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양호열(45, 대구시 수성구 황금동) "더 많 이 모아서 앞으로 자라는 어린이들이나 학 생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교육박물관을 꼭 만들고 싶습니다.">

SBS 이재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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