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롭게 삽시다'


◎앵커:앞만 보고 숨가쁘게 달려가는 요즘 세태속에서 여유를 갖고 느리게, 거북이 삶을 살자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런 느림의 문화는 일상 생활 곳곳에서 실천운동으로 나타나며 공감대를 얻고 있습니다.

보도에 이홍갑 기자입니다.

○기자:반바지에 운동화 그리고 배낭하나. 호텔 조리사로 일하는 이동현씨의 출근 복장입니다. 출근 시간 이씨는 복잡한 버스나 지하철에서 시달리는 대신 회사까지 달려갑니다. 서울 남가좌동 집에서 직장인 강남의 호텔까지 무려 25km를 2시간이면 주파합니다.

<이동현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면 빠르기는 하죠. 하지만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고 일찍 나와 뛰면 건강에도 찾을 수 있습니다.">

이씨처럼 불편하고 느리더라도 여유를 갖자는 사람들은 또 있습니다. 식당가에서는 패스트 푸드를 배격하고 조리와 식사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발효음식 먹기 같은 슬로우 푸드를 먹자는 운동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어린 자녀를 가진 엄마들은 이 운동을 가정 식탁으로 끌어들였습니다. 번거롭고 힘은 들지만 꼬박 꼬박 손수 조리한 간식을 먹이면서 자녀들에게 느림의 철학을 가르치자는 게 엄마들의 뜻입니다.

<성수경/경기도 의왕시 "집에서 조리해 먹으려면 참고 기다리고 씻는 과정, 조리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아이들이 참을성이 길러진다.">

술 한잔을 마셔도 빨리 취하는 폭탄주는 싫다! 맛과 향, 색깔을 음미하며 천천히 즐기자. 느림을 상징하는 술인 와인이 인기를 끈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와인 동호회가 활성화 되고 있고 와인 판매량은 매년 20%이상 늘고 있습니다. <민현석/포도주 동호회 회장 "와인은 천천히 맛의 변화를 느끼며 마시는 것이기 때문에 와인 문화가 정착되면 우리 사회의 빨리빨리 병도 치료되지 않알까.">

이뿐만이 아닙니다. 십자수나 손뜨게질를 즐기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자전거 타기가 생활화 되고 있는 것은 느림 운동이 생활속에 자리잡아 가고 있음을 말해줍니다. 서점에서는 느림의 문화를 다룬 다양한 책들이 출판되고 베스트 셀러가 되고 있습니다.

<정수복/사회학자 "속도사회가 인간들에게 강요된 삶, 획일적 삶을 강요했는데 이것에 대한 대안적 가치로 느림의 운동이 등장하고 있다.">

정신 가치 회복에 중점을 두는 느림 운동은 물질적 성취에만 전념을 쏟는 우리 사회를 뒤돌아 보게 하는 새로운 사회 현상으로 조용히 번지고 있습니다.

SBS 이홍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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