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참사 잊었나?


◎앵커:여름방학을 맞아 청소년 수련원에 학생들이 몰리고 있습니다. 씨랜드 화재 사고이후 안전점검이 강화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안전사고 위험을 안고 있는 곳이 적지 않습니다. 기동취재 2000, 오늘(21일)은 청소년 수련원의 안전실태를 김우식 기자가 점검해봤습니다.

○기자:60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경기도의 한 청소년 수련원입니다. 숙소 건물 2층을 살펴봤습니다. 오른쪽 구석에만 비상구가 하나 있습니다. 만약 불이 나서 이 비상구가 막히면 탈출할 곳은 창문밖에 없습니다.

<관할소방서 직원 "끝부분에 불이났을 때 내려가는 방법은 유리창을 깨고 나가야죠">

그러나 2층에서 지상까지가 무려 6미터를 넘습니다. 대형 강당이 1층에 있어 2층의 높이가 다른 건물보다 높은 편이지만 대비책은 전혀 없습니다.

그렇다면 불이 났을 때 수련생들이 바로 알 수는 있을까? 숙소에 새로 설치됐다는 화재감지기를 열발생기로 시험해 봤습니다. 감지기에 고열을 뿜었는데도 전혀 작동하지 않습니다.

<수련원 관계자 "저희가 공사를 지난 9월에 해서 올봄에 열었는데 얼마전에 감지기 이상이 있어 몇 개 갈았는데요.">

이번엔 LPG가스를 사용하는 주방입니다. 가스가 새도 탐지기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수련원 직원 "이 선이 안 된다고, 이 선이">

4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경기도의 또다른 수련원입니다. 방마다 설치된 화재감지기가 마찬가지로 무용지물입니다.

<관할소방서 직원 "테스트를 해보니까 불량인지 작동이 안되네요.">

옥상에 지은 강당은 불에 약한 나무와 조립식 판넬로 돼 있습니다. 숙소 옆에는 무너져 내린 돌더미가 그물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습니다.

<수련원 직원 "공사비가 한두 푼이 들어가는게 아니니까 연차적으로 생각해야죠.">

무려 19명의 어린 생명을 앗아간 지난 99년의 씨랜드 화재 직후 관계 당국은 청소년 수련원에 대한 안전점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지난 5월의 소방 점검에서도 이번에 취재팀이 발견한 것과 같은 문제점들은 전혀 적발되지 않았습니다. 허술한 안전점검과 업주들의 안이한 생각이 청소년들의 안전을 여전히 위협하고 있습니다.

SBS 김우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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