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없는 병원 야간응급실


◎앵커:약사도 없이 야간 응급실을 운영하는 병원들이 늘고 있습니다. 의약분업 이후 사정이 더 심각해졌습니다. 기동 취재 2000, 남승모 기자가 고발합니다.

○기자:서울 잠실의 한 병원 응급실입니다. 약국문이 굳게 닿힌 채 응급실 한쪽 구석에서 간호사가 약을 짓고 있습니다.

<기자 "약사 면허 있으세요?">

<간호사 "없는데요">

현행 약사법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곤 약사만이 약을 조제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중소 병원들은 야간 당직 약사 고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병원 관계자 "약사를 200만원씩 주고 둘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대학병원들도 야간 당직 약사 부족으로 애를 먹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보름전 16개월된 아기의 열이 심해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던 주부 남미경씨는 큰 사고를 당할뻔 했습니다. 응급실에서 준 감기약에 기계를 닦는 데 쓸 소독약이 들어 있었던 것입니다. 불이 붙을 정도로 휘발성이 강한 이 약을 아이가 먹었다면 목숨이 위태로왔을지도 모르는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남미경(서울 서빙고동) "소름이 확 돋더라고요. 이런 약을 먹였으면 아이의 장래가 어떻게 됐을까를 생각하니까...">

야간 당직 약사는 몇 안되는 데 업무가 몰리다 보니 약사가 실수를 한 것입니다.

<병원 약사 관계자 "지난 번에 사고낸 약사가 사직서를 내겠다고 그랬어요. 사고나기 전에...야간에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데요.">

약사 부족으로 병의원내 의약품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의약분업 전인 지난 99년 9건에 불과했던 병의원내 마약류 도난 사건은 지난해 38건으로 4배나 증가했습니다.

이 같은 문제점은 병원을 떠나는 약사가 늘면서 소수 약사에게 지나치게 많은 업무가 집중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병원약사 수는 지난 99년 2200명에서 올 4월 현재 15백명으로 3분의 1이나 줄었습니다. 약사들이 병원근무를 기피하는 것은 낮은 급여와 열악한 근무환경 때문이라고 병원 약사들은 주장합니다.

급박한 환자들이 찾는 병원 야간 응급실. 하지만 의약분업 이후 병원 약사들이 크게 줄면서 응급실을 찾는 환자들만 위험속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SBS 남승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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