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등 감전사고 "무섭다"


◎앵커:이번 수해로 숨진 40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피해자가 감전으로 변을 당했습니다. 대부분 길가에 있는 가로등에서 불어난 물을 타고 흘러나온 전기가 원인이었는데 더 큰 문제는 폭우가 다시 와도 사실상 대책이 없다는 것입니다. 박진호 기자입니다.

○기자:폭우가 절정에 이른 그제 새벽 3시 광명시에서는 40살 백 모씨등 2명이 물이 불어난 길을 건너다 가로등 옆에서 갑자기 쓰러져 숨졌습니다. 한 시간 뒤인 새벽 4시에도 서울 강남의 아파트 단지 앞 인도에서 행인 3명이, 노량진 도로에서도 길을 걷던 형제가 가로등 옆에서 감전돼 동생이 숨졌습니다. 모두 길가 가로등에서 흘어나온 전기에 감전된 것입니다.

<이상봉(사고 목격자) "감전이 됐는지 '으악' 하더니 뒤로 넘어진거죠. 털썩 주저앉아 버린거죠.">

이번 수해 사망자 가운데 무려 19명이 감전사했고 대부분 도로에서 사고를 당해 가로등이 감전원인으로 추정됩니다. 서울지역 만해도 12만 4천개나 설치된 가로등이 폭우 속에서 살인도구로 변한 것입니다.

<박정순(서울 노고산동) "노상으로 다니는데, 나라고 해서 그것 때문에 감전사고가 없으리라는 법이 없죠. 그러니까 불안하죠.">

한반도에는 최근 들어 시간당 30mm가 넘는 집중호우가 크게 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가로등 밑부분의 안정기에는 치사량의 2배인 1.2암페어 전류가 흐르고 있습니다. 게다가 지상에서 불과 60CM 높이에 설치하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폭우처럼 한꺼번에 많은 비가와서 물에 잠기면 누전이 됐을 때 보행자의 생명을 위협하게 됩니다.

가로등 내부를 살펴보면 얼마나 위험한지를 더 실감할 수 있습니다. 서울 마포대로 변의 가로등은 안정기 덮개를 열어보니 누전위험이 큰 구리전선 속 부분이 그대로 노출돼있습니다. 그나마 전선부위의 실제 높이는 지상에서 불과 손 한뼘 정도, 기록적인 폭우가 아니라도 비가 조금만 많이 오면 누전사고가 날 상황입니다.

취재팀이 실제 누전상황을 가정해 전기를 측정해 봤습니다. 측정기 바늘이 격하게 계기판 끝까지 움직입니다.

<김성태(전기기술자) "비가 안왔을 때라도 전선이 벗겨져있으면 누전이 됩니다. 사람이 만지면 죽을 수도 있죠.">

감전을 막는 방법은 가로등에 누전차단기를 다는 것이지만 서울의 경우 전체 가로등에 65%만 설치돼 있습니다. 서울 시내 곳곳이 전기 지뢰밭인 셈입니다.

<공무원 "물이 찼다면 전기가 흘러나올 수 있죠. 도로에 물이 찰 것을 예상하고 만들 수 있나요?">

당국이 가로등의 안정기 부분을 윗부분으로 옮겨 설치하는 방안을 뒤늦게 검토하고 있지만 얼마나 많은 시일이 걸릴 지 시민들은 불안합니다.

SBS 박진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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