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범람..주차장 차량 '싹쓸이'


◎앵커: 이번 폭우가 얼마나 급작스럽게 닥쳤고 또 얼마나 위급한 상황들이 연출됐었는지는 뒤엉켜있는 차량들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하천 둔치에 주차된 차량은 물론 운행 중이던 차들까지 순식간에 불어난 물에 휩쓸려 버렸습니다. 박진호 기자입니다.

○기자: 오늘(15일) 새벽 서울 동부간선도로는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었습니다. 폭우로 불어난 중랑천 물은 불과 30분도 안돼 도로를 덮쳤습니다.

폭우로 차가 밀린다고만 생각했던 운전자들은 혼비백산했고 200여 명이 운행 도중에 시동도 끄지 못한 채 도로 위에 차를 버리고 몸을 피해야 했습니다.

<대피 운전자 "벌써 이 만큼 차버렸어요. 내리려고 보니까.">

미처 대피하지 못한 운전자는 급류에 포위돼 위험한 순간을 맞았습니다. 출동한 구조대원들이 급물살로 소용돌이 치는 흙탕물을 헤치고 목숨을 건 구조작업을 벌입니다.

20분간 공포에 떨던 운전자 나귀춘씨는 구조대가 건네준 로프를 잡고 가까스로 목숨을 구했습니다. 새벽 2시쯤에는 트럭 운전사 안치서씨가 차와 함께 급류에 휘말렸습니다. 안씨는 트럭 지붕 위로 올라가 애타게 구조를 기다리다가 아슬아슬하게 목숨을 건졌습니다.

오늘 아침 안양시 만안구에서는 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에 갑자기 물이 들어차면서 차를 옮기려던 주민 2명이 고립됐습니다.

아직 살아있다는 말에 구조대원들이 잇따라 뛰어들지만 긴장 속에 계속 시간만 흐릅니다.

주차장 천장에 남은 공기로 숨을 이어가던 주민 박상엽씨 등 2명은 결국 20분 만에 극적으로 살아 나와 가슴을 졸이던 주민들의 박수를 받았습니다. 아침이 되자 버려 졌던 200여 대 차량들이 서로 뒤엉킨 채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도로 난간에 걸려 있는 차들과 물에 잠긴 채 와이퍼만 움직이는 트럭의 모습으로 간밤의 위급한 순간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운전자들은 간밤에 중랑천이 도로 위로 넘치는데도 경찰이 차량운행을 통제하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피해차량 주인 "여기까지 와 가지고 앵앵거리고 지나가기만 하지 차 빼라는 얘기를 안 해. 그리고 가만히 있다가 그냥 당한 거지.">

하천 둔치에 주차된 차량의 피해도 엄청나서 서울 파천교와 경기도 포천천, 광명시 금천교 하천 주차장에서만 모두 1000여 대의 차량이 급류에 휩쓸려 사라지거나 부서졌습니다.

SBS 박진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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