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근무 노부부의 속죄


◎앵커:독립기념관에 가보면 매주 한차례 순국선열의 동상을 청소하는 노 교수 부부가 있습니다. 일제치하 일본군에 복무했던 전력을 속죄하는 뜻이 있다고 합니다. 이용식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노부부가 안중근의사의 동상을 조심스럽게 닦고 있습니다. 얼굴을 닦을 때는 더 조심스럽습니다. 동상 받침대는 부인의 몫입니다. 다음은 윤봉길 의사와 김좌진 장군 동상. 손길이 닿는 곳마다 윤이 납니다.

장기붕 교수는 지난 89년 은퇴하기까지 성균관대학에서 국제법을 강의했습니다. 장교수는 지난해 4월부터 아내와 함께 매주 독립기념관을 찾아 동상을 닦기 시작했습니다.

일제치하 일본군으로 끌려가 복무했던 과거를 속죄하는 뜻입니다. 당시 광복군으로 나서지 못한 것이 평생 마음의 짐이 됐습니다.

<장기붕(전 성균관대교수)"속죄하고 미안한 것을 씻으려고 이렇게 닦다보면...">

아예 독립기념관 근처에 사는 집을 마련했습니다. 동상을 씻을 부드러운 천도 넉넉하게 장만했습니다. 높이가 5미터나 되는 동상을 닦기 위해 이동식 사다리도 만들었습니다.

<박유철 관장(독립기념관)"동상 닦는 행위가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동상을 닦는데 걸리는 시간은 한시간 정도. 팔순을 바라보는 노교수에겐 쉬운 일이 아니지만 지친 표정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장기붕"공로가 대단한 분들이니까...">

한 지식인의 진실어린 참회는 우리에게 역사적 사실마저 왜곡하는 일본의 참 모습을 잊어서는 안되는 이유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SBS 이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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