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대 할머니 별세


◎앵커:일제때 군대위안부로 끌려갔던 84살의 할머니가 한 많은 일생을 마쳤습니다. 사과는커녕 역사 교과서 왜곡도 서슴치 않는 일본의 행태가 할머니의 죽음을 더욱 서럽게 합니다. 테마기획 진송민 기자입니다.

○기자:장마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서울의 한 노인 복지관. 정신대 할머니라는 이름으로 평생을 살아온 84살의 황옥임 할머니가 쓸쓸한 노년을 마친 곳입니다. 황 할머니는 치매와 고혈압으로 고통스런 삶을 이어오다 지난 8일 숨을 거뒀습니다.

황 할머니가 정신대에 끌려간 것은 일제가 말기 식민지배에 광분하던 1937년, 고향인 경남 거창에서 일제에 의해 낯선 만주땅으로 끌려간 할머니는 모진 고생끝에 꽃다운 20대를 모두 빼앗기고 해방이 돼서야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김성곤(황 할머니 동생)"울부짖으면서 그렇게 한을 토했어요. 왜놈들한테 보상도 못받고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못듣고 말야...">

다행히 31살때 역시 징용으로 끌려갔다 온 남편을 만나 자식도 없이 서로의 아픔을 보듬으며 살아왔습니다. 지난 96년 남편마저 세상을 떠나면서 할머니는 정신대 할머니들이 모여사는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에 자리를 잡기도 했습니다.

<김순덕(정신대 할머니)"아들, 딸이 있는 사람도 있는데 그 할머니는 아무도 없거든요. 그래서 더 불쌍하고 안됐죠">

황 할머니는 당국에 등록된 정신대 할머니 201명 가운데 벌써 62번째로 숨을 거뒀습니다.

<김신실(정신대문제 대책협의회)"이 어려운 시기에 한 분의 할머니가 또 돌아가셨습니다. 우리는 이 할머니들이 문제 해결도 보지 못하고 돌아가셔 가슴 아픕니다.">

역사 교과서 왜곡으로 제국주의 만행을 은폐하려는 일본의 행태를 목도하며 황 할머니의 죽음을 바라봐야 하는 할머니들은 그래서 더욱 서글픕니다.

SBS 진송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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