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위해 개발한 디지털 신호등


◎앵커:요즘 혹시 서울의 강남역 근처에서 새로운 신호등 보신 적 있으신지 모르겠습니다. 횡단보도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딸을 위해 한 아버지가 개발했다는 디지털 신호등입니다. 테마기획 주시평 기자입니다.

○기자:서울 강남역 근처 횡단보도에는 두달 전부터 새로운 신호등이 하나 더 설치돼 있습니다. 파란불에서 빨간 불로 바뀌기 전까지 남은 시간을 알려주는 디지털 신호등입니다.

이 신호등을 만든 주인공은 바로 벤처 사업가 박태영씨. 지난 96년, 6살난 딸과 함께 횡단보도를 건너다 중간에 신호가 갑자기 바뀌는 바람에, 딸이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 박씨의 운명을 바꿔놓았습니다.

<박태영 사장"신호등이 만약 시간이 표시되는 신호등이었으면 내 딸이 사고를 안 당했을텐데 이런 생각에 화가 나더라">

박씨는 한창 잘나가던 통신업계 일을 접고 그때부터 신호등 개발에 매달렸고, 1년 반만에 일체형 디지털 신호등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내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곤 디지털 신호등을 설치하기 위해 행정당국을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세상일이 박씨의 뜻대로 되지는 않았습니다.

<박태영 사장"담당자도 효율적이 좋다고 하지만 외국에도 사례도 없고 해서 적용할 수 없다고 해 답답하고 한심스럽더라">

딸을 위해 시작한 사업은 4명 뿐인 직원의 월급도 주지 못하고 대출금 이자조차 갚지 못할 정도로 기울어졌습니다.

<박태영 사장"집에 차압도 들어오고 그래서 가정에 피해가 끼치니까 그만 두자 그만 두자 할때가 참 많았습니다.">

하지만 박씨는 딸 예진이의 기대를 져버릴 수 없었습니다. 어렵게 사업을 꾸려가던 지난 5월, 개발 착수 4년만에 드디어 서울 시내 8곳에 시범적으로 설치해도 된다는 경찰의 허가를 받아냈고, 외국에서 대규모로 수입하겠다는 제의도 들어왔습니다.

횡단보도에서 당한 교통사고를 계기로 디지털 신호등 개발에 매달린 벤처사업가 박태영씨. 개발에 들어간 초기 자본금 1억 5천만원을 아직 단 한푼도 회수하지 못했지만, 딸에게 보다 안전한 세상을 물려주기 위한 노력을 앞으로도 계속할 작정입니다.

SBS 주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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