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에이즈 '백화현상'


◎앵커:제주 앞바다가 하얗게 변해가고 있습니다. 바다의 에이즈라 불리는 갯녹음, 즉 백화현상 때문입니다. 제주에서 이용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서귀포앞 바닷속, 마을주민들의 공동어장입니다. 바위가득 붙은 미역과 우뭇가사리를 따던 곳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죽은세상입니다. 성게들이 간간이 눈에 뜨일 뿐 다른 생명의 흔적이 없습니다.

<어촌계원(서귀포시 법환동) "이전에는 소라 전복 등이 많았었다. 지금은 이근처가 하얗고 (바다속) 밑에도 하얗고 앙상하다. 암초들이 다 썩어 (해조류) 아무것도 붙지 않는다.">

물이 빠지고 드러난 바다속은 더욱 황량합니다. 바위마다 횟가루를 뒤집어쓴듯 허옇습니다. 남제주군 표선면의 바닷속. 역시 거대한 사막처럼 황량합니다. 해조류는 자취를 감췄습니다. 바다의 에이즈라고 불리는 갯녹음현상입니다. 지난 83년 처음 제주해역에 나타났습니다.

현재 제주도의 마을 공동어장 14,796ha 가운데 2,931ha가 갯녹음 즉 백화현상으로 황폐화됐습니다. 전체의 20%가 넘습니다. 백화현상이 나타난 전국 5,600여ha의 절반입니다. 문제는 뚜력한 대책이 없다는 것입니다. 수온상승과 바다물 오염이 원인으로 추정될 뿐입니다.

<하동수 연구사(국립수산진흥원 남해연구소) "갯녹음이 발생하면 소라 등의 크기가 작을뿐만 아니라 바다생태계의 균형을 잃어 버리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인공어초를 이용해서 해조류 씨앗을 붙이고 있습니다.">

제주도청은 올해 55억원을 들여 모두 714ha에 인공어초를 심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한번 갯녹음 현상이 발생한 수역은 인공어초를 투입하거나 해조류를 이식하더라도 별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해조류가 다 자라기도 전에 소라등 어패류가 먹어 치우기 때문입니다.

어민들이 발을 동동 구르는 동안 백화현상은 오늘도 에이즈처럼 제주 앞바다를 잠식하고 있습니다.

SBS 이용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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