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나 돌에 '혼을 새긴다'


◎앵커: 오늘(27일) 테마기획에서는 나무나 돌에 글자를 새기는 이른바 각자를 4대째 이어오는 장인을 만나봅니다. 나 종하 기자입니다.

○기자: 나무판 위를 분주히 오가는 신비로운 손놀림이 섬세하면서도 정교하기 짝이 없습니다. 망치가 칼등을 스치면서 드러나는 글자의 획마다에 마치 살아있는 듯한 장인의 숨결이 느껴집니다.

오씨가 증조부가 시작한 가업을 잇기로 결심한 것은 목공예로 생계를 이어가던 지난 70년대였습니다.

<오옥진(각자장 중요 무형인간문화재)"이대로 가구나 만들고 살기 보다는 보람있는 일을 하자 하고 각자를 시작했죠">

그러나 각자장의 길은 쉽지 않았습니다. 한학과 서예의 대가인 임창순 선생과 김충현 선생을 사사하며 전통문화에 대한 지식을 넓혔습니다.

그리고는 틈나는 대로 망치와 칼을 들고 나무와 씨름했습니다. 손가락이 잘려나가고 신경마저 마비됐지만 각자의 길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오옥진"손으로 밀어서 파다가 칼이 손을 찔러 나갔는데 그후로 구부러지지 않는다">

이런 오씨의 노력은 지난 79년 훈민정음 목판 복원에 성공하면서 결실을 이루었습니다. 또 경복궁과 창경궁,송광사와 화엄사등 옛건물의 현판들이 오씨의 각자로 되살아 났습니다. 지난 96년에는 중요 무형문화재라는 영예도 안았습니다.

스러져가는 각자의 세계를 되살려 예술로 승화시키는데 일생을 바쳐온 지 30여년. 우리나라 현대사의 주요 인물들의 글씨를 목판으로 새겨 책으로 남기는 것이 마지막 소원이라는 오씨는 이 시대의 진정한 장인입니다.

<오옥진"앞으로 나와 내자식과 계속 만들어 그책을 만들어 놓고 갈려고 합니다">

너를 새긴다 너의 이름을 새긴다 푸르디 푸른 칼끝 한자 한자 넋을 달궈 넋에 새긴다...

SBS 나종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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