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등 전기도둑 무방비


◎앵커:한국전력 검침원이 뇌물을 받고 섬유공장의 전기 사용료를 매달 2천만원씩 줄여주다 적발됐습니다.

이렇게 해서 훔친 전기가 무려 1억 3천여만원 어치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 박병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경기도 안산에 있는 한 섬유공장입니다. 매달 전기요금으로 6천만원이나 내는 곳입니다.

한전 검침원 김 모씨가 이 회사 간부와 짜고 전기요금을 줄여주기 시작한 것은 지난 97년.

매달 천여만원씩, 1년 2개월동안 무려 1억 3천여만원어치의 전기를 훔치도록 도와줬습니다.

댓가로 다달이 2백만원씩 받았습니다.

<김민수(한전 안산지점 요금과 대리) "같은 직원으로서 참 너무 황당하고 큰 일이라고 생각을 하구요.">

한달 6천여만원씩 내던 전기요금이 갑자기 4천만원대로 줄었는데도 한전측은 조사 한번 나간 적이 없습니다.

이 공장에서 해고된 직원의 제보가 없었더라면 한전측은 전기를 도난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끝내 알 수 없었다는 얘기입니다.

<기자 "전혀 몰랐어요? 1년이나 전기를 훔치는 데도?">

<김민수(한전 안산지점 요금과 대리) "그 당시에는 전혀 몰랐죠">

더우기, 그 수법이 너무나 쉽고도 간단합니다.

계량기 아래에 붙어 있는 전압단자를 왼쪽으로 제끼기만 하면 전기를 아무리 써도 계량기는 돌지 않습니다.

<윤정현(한전 안산지점 계기과장) "왼쪽으로 제끼면 가는 신호가 죽어요.">

<기자 "이거 하나만 제끼면요?">

<윤정현 "세개 다 제끼면 하나도 검침이 안되고, 하나만 제끼면 2/3만 되는거고...">

한전측은 이 사건을 계기로, 컴퓨터 모뎀을 이용한 원격 검침을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는 검침원이 현장을 방문할 필요가 없어져 검침 비리는 근절됐다고 자신합니다.

<손영기(한전 영업운영팀장) "원격검침을 하면 검침비리는 다 차단됩니다. 검침원이 없어지는 겁니다. 궁극적으로는 그렇게 하면...">

하지만, 100킬로와트 이상 고압전력을 쓰는 수용가 9만여곳 가운데 원격검침 시설 설치가 끝난 곳은 10%도 안되는 8천호에 불과합니다.

오는 2천3년이나 돼야 설치가 끝나고, 술집등 업소용까지 원격검침이 도입되려면 앞으로 7-8년은 더 걸릴 전망입니다.

이렇게 누군가 훔쳐쓰는 전기료는 결국 수용가 전체인 국민 모두의 부담입니다.

SBS 박병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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