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5월의 아들


◎앵커: 5.18 광주의 비극을 널리 알린 사진이 있습니다. 숨진 아버지의 영정을 들고 있던 어린아이의 사진, 기억하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21년이 지난 지금, 사진속의 주인공은 민주화 영령들의 묘역을 돌보고 있습니다. 이용식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참배객들에게 5.18묘역을 안내하는 조천호씨. 80년 5월, 계엄군의 군화아래서 숨을 죽인 채 아버지의 영정을 들고 있던 사진의 주인공입니다. 오똑한 코와 맑은 눈은 성년이 된 지금도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건축업을 하던 아버지 조사천씨는 5월21일 전남 도청앞에서 계엄군의 총에 맞아 숨졌습니다. 다섯살 때였습니다. 이 아픈 상처는 5월이면 되살아나 조씨를 5.18 묘역으로 이끌었습니다.

<조천호(5.18묘역관리소 직원): "이사진때문에 5.18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사람이 됐고 또 할머니도 잃어서 사진을 볼때마다 가슴이 아픕니다."> 조씨의 할머니는 외신기자가 찍은 이 사진을 보고 쓰러졌습니다.

조천호씨가 5.18 묘역관리를 맡은 것은 지난 98년 6월입니다. 올해초부터는 기능직 10급의 정식공무원이 됐습니다. 참배객들을 안내하고 잡초도 뽑으며 3년째 영령들을 돌보고있습니다.

아버지묘 앞에 선 조씨의 마음은 오늘(18일) 따라 무겁기만 합니다. 21년전 아버지를 잃었지만 이제는 수많은 영령들의 아들로 다시 태어난 조천호씨. 동족의 가슴에 총을 겨눈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5.18의 참뜻을 다시 한번 새겨봅니다.

SBS 이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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