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의 세월


◎앵커: 승부타 전까지의 상황이었습니다. 비록 우리나라가 네덜란드에게 아깝게 졌지만 국내 실업팀이 고작 둘밖에 안 되는 상황에서 거둔 남자 하키, 은메달입니다. 그만큼 값진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른바 인기 없는 종목의 설움을 딛고 또 지옥훈련까지 이겨낸 하키 선수들의 신화, 진한 감동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시드니에서 손근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국내에서는 이른바 그들 만의 리그로 불리는 비인기 종목, 국제 대회에서조차 남자 하키는 그 동안 성적이 신통치 않았습니다. 여자팀은 88년 서울 올림픽과 4년 전 애틀랜타에서 은빛 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남자 하키는 애틀랜타에서 거둔 5위가 최고 성적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번만은 달랐습니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단, 협회는 올림픽 메달을 위해 어느 때보다, 어느 종목보다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하키 강국 네덜란드를 찾아 서구의 힘과 기술을 익혔고 잔디파악을 위해 호주 전지 훈련을 체계적으로 실시했습니다.

한 경기 한 경기마다 선수들의 투혼은 놀라웠습니다. 유럽 팀들보다는 힘에 뒤졌고 파키스탄, 인도 등 전통 하키 강국들에게는 개인기가 뒤졌지만 우리 선수들은 정신력과 조직력으로 단점을 극복했습니다. 강슛을 막기 위해 우리 선수들은 이리저리 몸을 날렸습니다.

<유영채(전 국가대표 감독): 웨이트 트레이닝을 꾸준히 해 왔습니다. 그 결과 지금은 순간적으로 좀 덩치 싸움에서 밀리기는 하지만 체력적으로나 순간 파워에서 절대로 밀리지 않아요.>

쓸만한 국내 경기장이라 봐야 성남 보조구장과 김해구장 단 2개 뿐, 올림픽을 치렀던 성남 메인구장조차 성남시에 의해 축구장으로 바뀔 만큼 국내 환경은 열악하지만 선수들은 특유의 정신력으로 최고의 성적을 일궈냈습니다.

우리 선수들은 이번 대회에서 거둔 값진 결실이 꼭 국내로 이어져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완전히 털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시드니에서 SBS 손근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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