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계셨다니


◎앵커: 애틋하기로 따진다면 부모와 자식 간의 정을 따라갈 사이가 없을 겁니다. 이번 생사확인 작업과정에서도 이런 애절한 사연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이민주 기자입니다.

○기자: 젖먹이 때 헤어진 아버지가 반세기 만에 자신을 찾는다는 소식을 접한 김명회 씨. 이미 돌아가신 줄로만 믿었기에 아직도 꿈이 아닌가 어리둥절하기만 합니다.

<김명희(54): 거짓말 같고 믿어지지가 않았어요. 또 오래 사신 것에 대해서 참 신기하게 느껴졌어요.>

김 씨가 아버지 김재화 씨와 헤어진 것은 지난 50년. 서울 내발산동에서 운송회사에 다니던 아버지가 의용군에 입대해 북으로 가면서부터였습니다.

<주복연(90): 국가적인 어떤 사업에 의해서 된 것이니까, 어떤 원망 같은 것은 없죠. 할 수도 없죠, 원망은.>

어머니마저 이듬해 출산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나 김 씨는 얼굴조차 모르는 아버지를 그리며 50년 세월을 살아왔습니다. 아버지를 기억할 수 있는 것은 장롱 속에 꼭꼭 숨겨뒀던 젊은시절 아버지의 사진뿐. 달리기를 잘했고, 소문난 멋쟁이였다던 아버지가 70대 중반인 지금 어떤 모습으로 변했을까. 김 씨의 마음은 벌써 아버지의 품으로 달려갑니다.

50년 전 헤어진 장남 박상옥 씨가 북에 살아 있다는 소식을 들은 구순의 어머니 주복연 씨. 북의 아들 박상옥 씨는 어머니가 이미 돌아가셨을 거라 여기고 찾는 사람들의 명단에 형제들의 이름만 적었습니다.

그러나 올해 90살인 어머니는 아들을 기다리며 건강하게 살아계셨습니다. 6남매 가운데 맏이인 상옥 씨는 전쟁이 터진 해 18살의 나이로 고향 춘천에서 제과점 점원으로 일하다 의용군으로 북에 끌려간 뒤 소식이 끊겼습니다. 이제 어머니가 바라는 것은 어서 빨리 아들을 만나 펑펑 울어보는 것.

<김명희(54): 19살에 나간 것이 엄마는 지금 90살이나 먹었으니 죽기 전에 한번 더 만나야지요.>

SBS 이민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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