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하이패스


◎앵커: 두 달 전부터 고속도로 일부 구간에서 시범운영되고 있는 통행료 자동결제 시스템 즉 하이패스 전용차로가 무용지물이 되고 있습니다.

◎앵커: 이용하고 싶어도 이 차로를 이용하는 데 필요한 카드와 차량탑재기를 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홍지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분당 신도시 입구, 경부고속도로 판교 톨게이트입니다. 평일 오후 2시, 가장 한가한 시간인데도 차들이 꽉꽉 막혀 있습니다. 통행료를 내고 영수증을 받느라 교통체증은 더욱 심해집니다.

<서동일(경기도 분당 주민): 짜증나죠, 저 매일 다니거든요, 분당 살기 때문에...>

<기자: 많이 막히세요?>

<예.>

그러나 바로 옆 하이패스 전용차로는 텅텅 비어 있습니다. 하이패스는 카드를 장착한 차가 톨게이트를 통과하면 센서가 이를 감지해서 통행료를 자동으로 결제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나 편리하고 빠른 이 전용차로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습니다. 단속요원만 덩그러니 서 있습니다.

이처럼 이용차량이 없는 것은 전용차로를 이용하는 데 필요한 하이패스 카드와 차량탑재기를 구할래야 구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정병일(서울 천호동): 하이패스를 만들어 놓았으면 카드를 구입할 수 있게끔 해 놔야 되는 것 아닙니까?>

<이윤숙(경기도 분당 주민): 쉽게 하이패스를 했으면 쉽게 팔아야 저희가 쉽게 살 수 있는데 그런 거를 다 모르고 있으니까...>

지난 7월부터 판교 톨게이트에 공급된 하이패스 카드와 차량 탑재기는 불과 2700개. 판교 통과 차량이 하루 7만대인 것을 감안할 때 턱없이 부족한 양입니다. 신청자들이 하루에 수백명씩 늘어나면서 차량탑재기는 한 달도 안 돼 모두 바닥났지만 당장 추가 공급이 안 된다는 이유로 아예 신청조차 받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도로공사 판교 영업소: 이게 초기 단계라 시범운영을 하기 때문에 지금 (하이패스 공급된 차량이) 몇 천대밖에 없어요.>

차량탑재기를 주문 생산하기 때문에 다시 주문을 해도 시간이 많이 걸려 바로 공급받지 못한다는 설명입니다.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는) 과자처럼 찍어내는 게아니고 도로공사에서 그것을 시스템을 개발연구해서 조금만 생산하라고 해도 (다시 주문해도)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정작 시민들은 이용도 못 하는데 도로공사는 사업계획만 잔뜩 늘어놓고 있습니다.

<한국도로공사: 내년 사업계획이 수도권에 20군데 정도(하이패스를) 추가로 설치할 예정입니다.>

엉터리 수요예측과 도로공사의 준비 부족으로 텅텅 비어 있는 하이패스 전용차로. 시민들은 꽉 막힌 차 안에서 허탈한 표정으로 쳐다볼 뿐입니다.

기동취재 2000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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