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의 쉼터


◎앵커: 테마기획입니다. 달리 소일거리도 없고 갈 곳도 없어 외로운 어르신들께 편안한 휴식처를 제공하며 삶의 향기를 뿜어내는 곳이 있습니다. 남달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대구 도심의 한 다방. 젊은이들이 멋모르고 들어섰다간 당황하기 십상입니다. 여느 다방과는 달리 이곳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할아버지들만의 세상이기 때문입니다. 가까운 이웃 친구에서부터 그립고 보고 싶던 옛 얼굴들. 삭막한 도심 속에서 마땅히 갈곳없는 할아버지들의 소중한 만남의 장이자 편안한 휴식처가 되고 있습니다.

이곳이 할아버지들만의 쉼터가 되기에는 다방 주인인 정인숙 씨의 따뜻한 마음씨가 스며 있습니다.

<이하영 할아버지: 만명이라도 같은 사람같이 대해 주니까 여기만 오면 마음이 편해져요.>

<임기백 할아버지: 입맛없다 그러면 바다에서 좋은 것 나오면 밥을 해 갖다 주고 죽도 쒀주고...>

서도를 같이 하던 연목회 회원들의권유로 다방을 인수해 노인들만의 쉼터로꾸민 지 19년 째. 숱한 오해도 없지 않았지만 딸처럼, 며느리처럼 받드는 한결 같은 마음씨에 하루에 찾는 발길만도 1000여 명에 이릅니다.

<정인숙(미도다실 주인): 젊은 사람들 요새 급하잖아요. 천천히 사는 것도 배우고, 사람 사는 생활, 남도 돕고 해 보니까 이게 우리가 진정 살아가는 것, 그런 것이 아닌가 싶고요, 다방을 해도 이런 보람도 있고...>

고마움의 표시로 벽면 가득 채워진 할아버지들의 솜씨자랑. 곱게 차려입은 한복의 맵시만큼 아름다운 마음씨는 쉴곳 없는 외로운 여생의 훈기가 되고 있습니다.

SBS 남달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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