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끊는 모정


◎앵커: 7살 어린 딸을 북에 두고 온 부부가 있습니다. 지난 50년 세월 부부는 딸을 위해서 금반지를 사 모 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이산가족 방북길에는 남 편만 가게 돼서 할머니의 안타까움은 큽니다. 이용식 기자입니다.

○기자: 전쟁통에 황급히 피란길에 오르느라 젖먹이 아들만 등 에 업고 7살바기 딸을 북에 두고 온 임영환, 채 두숙 씨 부부. 소매 끝을 잡고 따라가겠다며 울 던 딸아이의 얼굴이 지금도 눈에 밟힙니다.

<임영환(84, 평안남도 중화군 출신): 열흘만 피 하고서 내가 꼭 올게 그랬더니 애를 떼어놓고 서 날라왔는데 열흘이 지금 50년이요.> 그리움에 몸부림쳤던 딸 재춘 씨. 살아 있다는 소식만으로도 가슴 벅차지만 이번 방북길에 남 편만 가게 돼 채 할머니는 안타까워 목이 매입 니다.

<채두숙(77, 임영환 씨 부인): 사랑하는 내 딸 이구나 하고 내가 한 번 안아보고 죽으면 다 풀리고 원도 없고 한도 없고 죽어서라도 좋은 곳에 갈거예요.> 남쪽에서 키운 5남매를 출가시킬 때마다 할머 니는 큰딸의 패물도 하나씩 사 모았습니다. IMF시절 금모으기 운동 때도 딸 몫인 금반지 와 팔찌만은 베개 속에 고이고이 간직해 왔습 니다.

<채두숙(77, 임영환 씨 부인): 딸 만나더라도 이것 만큼은 내가 간직해 놔둬야 되겠다 하고 이걸 안 내놨어요.> 할머니는 여러 벌의 옷과 생활용품을 선물로 준비하며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위 신발까지 챙겼습니다.

그리고 딸에게 사진만이라도 보여 주기 위해 곱게 차려입고 남편과 사진도 새로 찍었습니다.

딸을 보러 함께 못 가는 것이 못내 안타까운 채 할머니. 생전에 딸을 부둥켜 안아 볼 날이 다시 올 수 있을는지 노모는 가슴만 태우고 있습니다.

SBS 이용식입니다.

댓글
댓글 표시하기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SBS NEWS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