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문젠가...


◎앵커: 오랜 투병에 거동조차 힘든 팔순의 어머니는 북녘에서 오는 아들을 맞기 위해 병상을 털고 일어섰습 니다. 이덕만 할머니의 사연, 조 정 기자가 취 재했습니다.

○기자: 상봉 대상자로 선정된 뒤 이덕만 할머니는 혼자 창밖 을 바라보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며칠만 지나 면 50년 동안 기다려 왔던 큰아들 안순환 씨를 만난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경기도 하남에서 서 울로 유학을 보낼 만큼 총명했던 아들. 전쟁통 에 학교에 다녀온다고 집을 나선 것이 마지막 이었습니다.

<이덕만(87): 장가 들었냐고 물어봐야지...> 순환 씨 여동생 순옥 씨와 남동생 민환, 문환 씨는 북에 있는 형님 가족들에게 드릴 선물을 준비하느라 꼬박 사흘째 일손을 놓았습니다.

시 계와 금반지, 옷가지는 물론이고 어린 손자들이 먹을 사탕까지 빼곡히 가방에 채웁니다.

<안민환(59): 어머니하고 나하고 껴안고 싶은 생각이에요. 제일, 말이 안나올 것 같아요, 뭐라 고.> <안순옥(63): 시집갈 때 오빠 없으면 시집 안 간다고 했어요.> 어제 서울 중앙병원에서 임시로 퇴원한 이 할 머니는 아들에게 병색을 보이기 싫어서 휠체어 도 마다합니다. 들뜬 마음도 잠시 뿐. 비슷한 처지의 이산가족들이 모인 숙소에 도착하자 또 다시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이덕만(87): 꿈에도 없는 일... 좋은 마음 이루 어떻게 다 설명해요.> 병상을 떠나 참기 힘든 고통은 더해 오지만 이 할머니는 설레이는 마음으로 또 한 번 긴 밤을 재촉합니다.

SBS 조 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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