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좋은 날이


◎앵커: 내일 북한에 가서 그리운 가족들을 만나게 될 이산가 족들의 심정, 어떻겠습니까? ◎앵커: 오랜 기다림의 마지막 밤을 보내고 있는 이산가족들의 표정을 홍지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얼어붙은 대동강을 건너지 못해 6살짜리 막내를 두고 온 82살 서순화 할머니. 오늘은 청와대에서 점 심을 먹고 대통령의 위로도 받았습니다. 내일은 50년 만에 아들을 만나는 날.

<서순화(82세, 평남 대동): 이렇게 좋은 날이 어딨어? 백번 죽었다 깨면 이런 날이 있겠어?> 유난히 추위를 많이 타던 막내. 그 겨울날 두고 온 아들을 위해 삼복더위 속에서도 신발과 양 말을 선물로 준비했습니다.

<서순화(82세, 평남 대동): 발이 시리다고 해서 가슴이 아파 가지고 신발부터 마련하고, 손목을 쥐고 반지 꿰어주고 싶고 시계 채워주고 싶 고...> 80살 이선행 할아버지와 82살의 이송자 할머니. 각자 북녘에 가족을 두고 월남한 뒤 가정을 꾸 린 부부가 모두 고향에 가게 된 것이 아직도 믿기지 않습니다. 다른 실향민들에게 그저 미안 하기만 합니다.

<이선행(80세, 평북 영변): 못 가는 분들 미안 하고, 계속 이제 만나게 해 주고 서신왕래하고 만날 기회 있고 이렇게 해 준다고 하니까 감사 한 것 뿐이오, 감사...>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서로의 가족들도 만날 계 획입니다. 손자 손녀가 몇 명인지, 나이는 얼마 나 되는지 몰라 옷가지와 선물을 넉넉하게 준 비했습니다.

<이송자(82세, 함남 문천): 청바지, 안경, 카메 라, 시계, 아래옷 속옷들, 아래 팬티, 20개씩...> 겨우 3박 4일, 반세기 동안 쌓인 회한을 풀 수 나 있을지, 실향민들에게 오늘 밤은 50년보다 더 길기만 합니다.

SBS 홍지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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