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 너도 늙었구나


◎앵커: 평양에서는 어머니와 딸의 상봉도 이루어졌습니다. 날 이면 날마다 하루도 잊은 적이 없다고 고백하 던 노모에게 왜 이제 오셨느냐고 북녘의 딸은 통곡했습니다. 공동취재단 김호성 기자입니다.

<어머니, 어디 갔다 인제 왔어요. 기다렸어요. 보고 싶었어요, 어머니.>○기자: 기억할 수 없는 어머니의 얼굴. 그리고 아가의 모습으 로만 남아있는 딸에 대한 기억. 모녀는 마침내 바닥으로 쓰러져 부둥켜안고 오열했습니다.

1946년 4살 난 딸을 황해도 친정에 두고 남편 과 춘천으로 온 뒤 전쟁이 터져 생이별을 한 79살 김장녀 할머니는 딸의 울부짖음에 그저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습니다.

기억에도 없는 어 머니의 얼굴이지만 살아 생전 소원이 어머니라 고 부르고 싶었다는 딸 앞에 김 할머니는 미안 하다, 그 동안 어떻게 살았느냐는 말만 되풀이 했고 딸은 이어 부모님을 대신해 자신을 키워 준 삼촌마저 세상을 떴다며 눈물을 그치지 못 했습니다.

헤어질 당시 딸과 함께 두고 온 아들 의 안부를 묻자 오빠는 전쟁중에 죽었다며 딸 은 또 한 차례 오열했고, 순간 김 할머니는 망 연자실했습니다.

<오빠는 어디 갔니?> <전쟁때 오빠는 죽었어요.> 함께 월남한 남편마저 15년 전에 세상을 뜬 뒤 홀몸으로 살아온 김 할머니에게 딸은 54년만에 새롭게 찾은 혈육이었습니다.

부둥켜 안고 통곡 을 한들 이산의 아픔이 온전하게 치유되기는 어렵겠지만 분단에서 화해로 가는 길목에서 만 난 이들에게 오늘 밤은 평생을 바쳐도 아깝지 않은 날로 기억될 것입니다.

평양에서 공동취재 단 김호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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