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한풀렸다


◎앵커: 아들을 만나면 혼내주고야 말겠다던 87 노모. 그러나 환갑이 넘어 돌아온 아들을 그냥 품안 가득 안 았습니다.

◎앵커: 눈물겨운 상봉장면이 어디 이뿐이었겠습니까? 계속해 서 박병일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부모도 울고 자식도 울고 형제도 부부도 울고 또 울었 습니다. 반백년 생이별의 아픔과 그리움을 눈물 로 씻어냈습니다. 학교 갔던 아들이 돌아오기까 지 50년. 만나면 혼내주고야 말겠다던 87살 노 모는 할아버지가 돼서 돌아온 아들을 품안 가 득 안았습니다.

의용군에 차출됐다 끝내 돌아오 지 못한 아들이 반세기 만에야 다시 나타났건 만 아버지는 끝내 알아보지 못합니다.

<우리 장군님께서 보내주셔서 인사하라고, 아 버지...> 사무친 그리움에 통곡하던 아들은 불효를 용서 받으려는 듯 큰절을 올립니다. 아들을 잃었던 죄책감이 밀려든 탓일까. 한 번이라도 더 봐야 하건만 95살 노모는 반백의 아들 품에서 끝내 정신을 잃고 맙니다.

<반가워요.> 보고 또 보고 만지고 또 만져 보고, 부둥켜안은 두 팔에 힘이 다 해도 밀려드는 재회의 기쁨을 행여나 놓칠세라 누나는 동생을 안고 또 부둥 켜 안았습니다.

고향땅 내 형제, 다시 보기까지 50년. 죽은 줄만 알았던 피붙이가 이렇게 살아 있다니. 눈물도 이제 마를 때도 됐건만 회한의 눈물은 끝이 없습니다. 가재도 잡고 서리도 하 고, 그때 기억이 이렇듯 선명한데 이제 백발이 다 돼서야 만나다니, 재회의 기쁨과 분단의 아 픔이 함께 밀려듭니다.

통한의 세월 50년. 맺힐 대로 맺힌 이별의 한은 그렇게 눈물과 함께 녹 아내렸습니다.

SBS 박병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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