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만의 칠순잔치


◎앵커: 이번에 혈육을 만난 이산가족들 중에는 생일을 맞은 사람도 있습니다. 꿈에 그리던 가족들과 함께 한 50년 만의 생일잔치, 남상석 기자가 취재했 습니다.

○기자: 지난 50년, 전쟁 중에 학교에 가본다고 집을 나섰다가 가족과 헤어진 북한의 안순환 씨. 씨가 묵고 있 는 방에는 호텔측에서 준비한 조촐한 생일상이 차려졌습니다.

안순환 씨의 생일은 본래 모레지 만 오늘이 지나면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기 어 렵다고 생각한 동생들이 호텔측에 요청해 준비 한 것입니다.

쌀밥에 미역국, 축하 케이크, 집에 서 준비할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조촐한 식단이지만 50년 만에 가족들과 함께 맞은 생 일상이라 더 뜻깊습니다.

15살이었던 아들은 이 마에 주름이 깊게 패인 노인이 다 돼 케이크에 는 65살을 알리는 촛불이 꽂아졌습니다. 상봉 첫 날 휠체어에 겨우 의지해 아들과 만났던 87 살 노모도 원기를 회복해 아들의 생일을 축하 해 줍니다.

<안순환(북, 65세): 어머니, 내가 없을 때도 50 년간 계속 내 생일 챙기셨지요.> <이덕순(87): 제대로 못해줬지, 뭐.> 좀더 푸짐하게 생일상을 챙겨주지 못해 아쉬운 어머니. 그러나 북한에서 온 아들은 마냥 기쁘 기만 합니다.

<안순환(북, 65세): 생일상까지 받으니 통일이 된 것만 같습니다. 꼭 통일이 되어야겠다고 생 각합니다.> 남에서 칠순을 맞은 리록원 씨도 동생 부부가 마련한 생일상을 받았습니다.

<오늘은 형님 칠순잔치는 못해 드리지만 케이 크를 놓고 축하드립니다.> 처음 맛보는 케이크 맛이 상봉의 기쁨처럼 달 콤하기만 합니다.

<한 번 잡숴보세요> <맛있구만.> 50년 만에 마주한 생일상에서 다음 번 만날 때 는 고향에도 가고 손수 생일상도 차려주는 소 박한 소망을 기원합니다.

SBS 남상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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