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만남


◎앵커: 오늘 워커힐에서는 북에서 온 60대 노인이 생사조차 몰랐던 생모를 우연히 만나는 기막힌 일도 있 었습니다.

◎앵커: 김희남 기자가 자세한 내용 보도합니다.

○기자: 오늘 오후 북측 방문단원들이 오찬을 마치고 관광길에 나서는 워커힐 로비. 67살 김규렬 씨는 자신의 이름이 적힌 종이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방 문단이 호텔을 나가는 시간에 맞춰 자신을 찾 아나선 구순의 할머니는 뜻밖에도 그 동안 돌 아가신 줄만 알았던 생모 이순례 씨였습니다.

너무도 어이없는 만남에 북쪽의 아들도, 남쪽의 어머니도 그저 하염없이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어머니 이 씨가 복잡한 심경에 말조차 못하는 사이 아들 김 씨가 행렬에 밀려 호텔 밖으로 나가자 여동생이 대신 다급하게 외쳤습니다.

<오빠, 오빠 만나요! 오빠, 나 규례에요, 오빠!> 전북 남원이 고향인 두 모자가 헤어진 것은 1937년. 피치못할 사정으로 부모가 헤어지면서 어머니는 다섯살 난 아들 규렬 씨를 두고 다른 곳으로 시집을 가게 됐고, 김 씨는 새어머니 밑 에서 자라게 됐습니다.

아들 김 씨는 북의 어머 니를 찾아 헤매다 17살이 되던 해 전쟁이 터지 면서 북으로 가게 됐고 꿈에도 그리던 어머니 는 영영 가슴속 그리움으로 묻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김 씨는 어머니가 이미 돌아가셨을 것 으로 여기고 이번 상봉 희망자 명단에도 포함 시키지 않아서 공식적인 만남을 갖지 못했습니 다.

결국 언론을 통해 아들의 소식을 전해들은 구순의 노모는 오늘 오찬을 마치고 돌아온 아 들을 호텔 복도에서 극적으로 만났습니다.

<이순례(김규렬 씨 어머니): 통일 되면 이야기 도 하고 같이 앉아서 밥도 먹으면 얼마나 좋겠 수만...> 63년 간의 긴 이별, 그리고 1분도 채 안 되는 짧은 만남.

<좀 초청해 줘.> <다시 만나, 이제...> 너무도 긴 세월 끝에 이루어진 기막힌 상봉이 었지만 두 모자는 다시 기약없는 이별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SBS 김희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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