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마 나랑 살어


◎앵커: 어머니의 건강이 나빠 상봉기회를 놓칠 뻔 했던 북한 의 량한상 씨가 오늘 새벽 마침내 꿈에 그리던 어머니를 만났습니다. 불과 30분 간의 짧고도 짧은 만남이었습니다. 이민주 기자입니다.

<어디 갔다가 이렇게 늦게 왔어.>○기자: 어머니를 지척에 두고도 만나지 못해 지난 사흘 내내 애를 태웠던 북한의 량한상 씨, 오늘 새벽 서울 의 한 병원에서 마침내 어머니 김애란 씨 품에 안겼습니다.

<량한상: 우리 어머니... 얼마나 고생했습니까? 마음이 아팠겠소.> 6.25 전쟁 때 어머니의 만류를 뿌리치고 집을 나갔다 칠순 할아버지가 돼서야 돌아온 아들, 당시 친구집에 금세 다녀오겠다며 어머니께 거 짓으로 던진 말이 50년이 지난 지금까지 죄책 감으로 남아 있습니다.

<량한상: 내가 대전에서 어머니한테 거짓말하 고 떠나서 얼마나 가슴이 아팠던지, 그저...> 아들이 다시 돌아오기 전까지는 눈을 감을 수 없다며 병마와 끈질기게 싸워 온 어머니, 50년 만에 아들을 다시 만난 어머니의 가녀린 손은 감격에 겨워 부들부들 떨리지만 6시간 뒤면 아 들은 다시 북한으로 떠나야 합니다.

<못 가, 이제 나랑 살아.> 상봉 장소를 제한하기로 남북 합의 때문에 상 봉이 무산될 뻔 했던 이들 모자에게 만남의 길 이 열리게 된 것은 어젯밤. TV로 딱한 사정을 접한 대통령의 특별지시로 남북한 당국이 다시 접촉해 집에서 아들을 기다리던 어머니 김애란 씨를 병원으로 옮겨 상봉시킨다는 데 합의했습 니다.

남들은 3박 4일 동안 식사도 함께 하며 여러 차례 만남을 가졌지만 이들 모자에게 허 락된 시간은 고작 30분, 손자들 안부를 묻고 며 느리에게 줄 반지를 건네자 예정된 상봉시간은 금세 다 지나갑니다.

<에들 에미 갖다 줘.> 작별의 큰절을 올리는 아들을 어머니는 차마 바라보지 못하고 통곡을 쏟아냅니다.

<갔다 빨리 오너라.> 아들은 힘들게 등을 돌려보지만 발길은 차마 떨어지지 않고 시선은 어머니께로 다시 향하곤 합니다.

<량한상: 내가 돌아올 때까지 꼭 계셔야 됩니 다. 모진 마음 먹고, 오래오래 계셔야 됩니다.> 50년을 기다려 30분밖에 어머니를 보지 못하고 다시 먼 길을 떠나야 하는 아침. 공항으로 떠나 는 버스에 올라타기 바로 전까지도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습니다.

<량한상: 그 동안 건강해야 됩니다. 어머니, 고 맙습니다.> <어, 잘가.> <량한상: 어머니, 편안히 주무십시오.> SBS 이민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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