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웅도 못 하고


◎앵커: 기력이 떨어진 노인들은 배웅조차 나가지 못한 채 이 별의 아픔을 삼켜야 했습니다. 이성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북측 방문단이 워커힐을 떠날 무렵인 아침 8시쯤 모두 들 환송하러 나가고 텅 빈 남측 가족들의 숙소 에서 한 노인이 식음을 전폐한 채 울부짖고 있 었습니다.

<민병옥(95): 죽어야 생각 안 나.> 워낙 고령이라 아들 상원 씨와 앰뷸런스에서나 마 상봉했던 게 차라리 기적이었을까, 50년 전 생활이 어려워 오빠집에 맡겨놨다가 의용군에 입대하는 바람에 헤어졌던 그 아들이 만난 지 사흘 만에 다시 떠나간다는 데도 기력이 워낙 달려 환송하러 갈 수도 없었습니다.

어제 마지 막 만남에서 1만원짜리 몇 장을 준 것이 고작 이었던 게 한이 맺혀 전화통화라도 시도해 보 지만 그나마도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민병옥(95): 오늘 갈지 내일 갈지 몰라, 네 목 소리나 한 번 더 들어보려고 전화 받고 있다. 어이 해 봐, 안 들려...> <박성녀(91): 운봉아! 애기 왔다...> 치매에 걸려 가족들조차 몰라봤던 91살 박성려 할머니. 의용군 입대로 헤어진 아들 66살 려운 봉 씨와 앰뷸런스 상봉이 이루어지던 날, 아들 이름을 똑똑히 부르며 말문을 열었습니다.

50년 만에 느껴본 그 날의 감격, 아들 이름을 소리쳐 불러보던 기력은 어디로 갔을까. 오늘 그 아들 이 떠나가던 날, 박 할머니는 다시 닫혀진 입을 원망하면서 쓸쓸이 숙소를 지켜야 했습니다.

가 는 모습이라도 텔레비전에 한 번 비치면 좋으 련만 가슴 속에 어린 아들들은 그렇게 야속하 게 또다시 어머니 곁을 떠나갔습니다.

SBS 이 성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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