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보험 관리공단이 일산 신도시에 2300억원이나 들여 지은 최첨단 종합병원이 개원 날짜조차 잡지 못한 채 낮잠을 자고 있습니다. 이 병원은 의료보험 수가나 기존 병원의 의료비 청구가 적정한지를 검증하는 모델병원으로 지어졌는데 아무래도 좀 구린 데가 있는 기존 병원들에게는 성가신 존재가 될 게 뻔합니다. 기동취재 2000, 김현철 기자입니다. 지난 9월 말에 준공한 의료보험공단 직영 일산병원입니다. 720병상에 2300억원을 들인 최첨단 종합병원입니다. 세브란스 병원에서 충원한 의료진에 첨단 의료장비를 두루 갖췄고, 일반 병실은 최대 4인용으로 다른 종합병원 특실 못지 않게 꾸몄습니다. 하지만 일산 주민들은 불만입니다. 이렇게 잘 지은 병원이 정작 언제 진료를 시작할지 누구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김재원(경기도 일산 백석동): 애들이 좀 아프다든가 그러면 서울 시내로 나가야죠.][송평익(경기도 일산 백석동): 종합병원 없는 게 불편한 거죠, 지금 현재. 우리 주민으로서는 그런 것 같아요.]왜 문을 못 여는지, 의보공단 간부에게 물었습니다. 한사코 답변을 피하는 이유는 바로 외압. 기존 종합병원과 국회의원들이 갖가지 이유로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박윤형 사무총장(대한병원협회): 보험자가 병원을 하는 것이 원칙에 맞지 않습니다.][김명섭(국민회의 의원): 25억 내지 30억 적자가 나지요, 1년에. 그러니까 가만 놔두면 한달에 한 1억 적자 난다고, 한달에 1억이면 12억 적자인데 운영함으로써 20억, 30억 적자가 난다...]원칙에 어긋나고 적자가 예상된다는 게 개원 반대의 이유입니다. 의료보험 공단이 개원 이듬해부터는 흑자가 가능하다던 전문가의 분석결과를 제시했지만 반대론자들은 막무가내로 민간에 매각할 것을 요구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일산병원의 개원을 악착같이 막으려는 이유는 다른 데 있습니다. 일산병원은 당초 의료보험 수가나 기존병원의 의료비 청구가 적정한지를 검증하는 모델 병원으로 건립됐습니다. [조용직 이사장(국민의료보험관리공단): 수가계약의 기초 자료를 우리 나름대로 확보할 필요가 있고, 또 국민들이 진료기관 쪽에서 정당한 예우를 받느냐 하는 문제도, 그리고 각종 약가라든가 기타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서 적정부담을 하고 있느냐 하는 문제도 우리가 나름대로 체크를 해야 됩니다.]결국 이 병원이 문을 열면 적자 타령을 일삼는 다른 종합병원의 운영내역이 고스란히 드러나게 됩니다. 진료비 부당청구나 병원 수입액 탈세, 그리고 과잉진료 여부 등이 낱낱이 밝혀지는 것입니다. 개원을 못해 생기는 엄청난 손실도 이들에게는 남의 일일 뿐입니다. [여기조 기획실장(일산병원): 의료장비는 총 486억원을 투입해서 1254점이 현재 반입설치가 되어 있습니다. 이 막대한 돈을 투입해서 반입된 장비를 지금 놀리고 있는 상태에 있습니다.]기득권 챙기기에 급급한 병원 재벌과 이들을 대변하는 일부 국회의원 때문에 국민의 돈으로 지어진 병원이 낮잠을 자고 있습니다. 기동취재 2000입니다.
2천3백억짜리 병원이 낮잠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댓글
댓글 표시하기
이 시각 인기기사
{{TITLE}}
오프라인 - SBS 뉴스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TITLE}}
오프라인 - SBS 뉴스
기사 표시하기
SBS NEWS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