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호 꽃게 식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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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해 연안까지 오염시키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온 안산 시화호, 그 심각한 수질오염에 대해서는 다들 잘 알고 계실 겁니다. 그런데 이 죽음의 호수에 서 요즘 불법 꽃게잡이가 한창이라고 합니다. 박병일 기자가 현장 출동했습니다.

○기자: 늦은 밤 시화호의 한 포구. 멀리 불빛 하나가 흔들립니 다. 배 위에서 트럭으로 뭔가 열심히 옮겨 싣는 사람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습니다. 잠시 뒤 트럭들이 하나, 둘씩 포구를 빠져 나갑니다. 도 대체 무엇을 싣고 어디로 가는 것일까? 여의도 면적의 15배에 달하는 1200여 만평의 인공호수 시화호. 담수호를 만든다는 당초 계획은 심각한 수질오염 때문에 물거품이 된지 오래입니다.

그 런데 낚시마저 금지된 이곳에 해질녘이면 정체 를 알 수 없는 고깃배들이 포구로 몰려듭니다. 포구에서 기다리던 트럭에 옮겨싣는 것은 꽃게 가 가득 든 어망 꾸러미들. 배에 가득 실린 망 둥어는 삽으로 퍼 담아야 할 지경입니다. 모두 단속을 피해 몰래 잡아들인 고기들입니다.

<기자: 시화호 꽃게도 먹을 수 있어요?> <시화호 불법 어부: 서로 달라고 난리라고 장사 꾼들이...> 모두 옮겨싣고 떠나는 트럭을 따라가 봤습니다. 트럭이 멈춘 곳은 근처에 있는 수산물 도소매 점. 컴컴한 뒷 마당에서는 막 잡아온 꽃게를 손 질하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여기서부터 꽃게의 산지가 둔갑합니다.

<기자: 게 잡으러 어디까지 나가요?> <시화호 불법 어부: 여기서 굴업도, 이북 가까 이까지 금방 가 버려요.> 다음 날 오후, 시화호 생선들을 가득 실은 트럭 을 쫓아가 봤더니 도착한 곳은 놀랍게도 인천의 횟집들. 이렇게 서울과 인천 등지로 매일 팔려 나가는 시화호산 물고기의 양은 실로 엄청납니 다.

<시화호 불법 어부: 하루에 500만원 천만원 까 지 올리는 날도 있어, 내가. 기업이야, 이것...> 취재팀은 감시선을 빌려타고 불법 어로 현장에 접근해 보기로 했습니다. 시화호에 쳐 있는 불 법 어망은 무려 400여 개. 이 가운데 하나를 끌 어올려 봤습니다. 꽃게와 생선들이 어망 가득 걸려 있습니다. 어망은 기름 때로 시커멓게 찌 들어 있습니다.

이번에는 한참 조업중인 불법어 선에 다가 갔습니다. 취재팀을 발견한 어부들이 놀라며 급히 시동을 켭니다. 뱃머리를 돌리더니 돌연 두건을 내려 써 얼굴을 가립니다. 도망치 는 와중에도 필사적으로 그물을 내립니다. 불법 인줄 알면서도 고기는 잡겠다는 얘기입니다.

이 렇게 요즘 시화호에서 불법어로 행위가 더욱 기 승을 부리는 이유는 이곳의 관리 감독을 맡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서로 책임을 떠밈으로써 행정력이 거의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화호는 행정구역상 안산시와 시흥시, 그리고 화성군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그러나 안산시의 경우 올해 불법어선을 적발한 건수는 단 한 건 도 없습니다.

<안산시청 농어업 진흥과: 그물 같은 것은 쳐 놓은 것이 있어요.> <기자: 어부는 못 보시고?> <안산시청 농어업 진흥과: 어부는 없죠.> 수자원공사의 입장은 또 다릅니다.

<수자원공사: (단속)주체는 지방자치단체입니다. 공기업이 무슨 행정권한이 있겠습니까?> 시화호에서 고기를 잡다 적발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 집니다. 그러나 단속이 전무한데다 적발돼도 하루 수입 액 정도만 벌금으로 내면 그만입니다. 오늘도 죽음의 호수 시화호에서는 우리 식탁에 오를 꽃 게를 잡느라 분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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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박병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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