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멧돼지 위협을 막기 위해 호랑이를 이용하자고?"

김정기 기자 kimmy123@sbs.co.kr

작성 2019.02.14 09:09 수정 2019.02.14 15:0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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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경북 예천에 있는 한 야산에서 60대 마을 주민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마을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나무를 하러 간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아내가 경찰에 신고했고, 수색에 나선 지 한 시간 만에 이 남성이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숨진 남성은 집에서 불과 50m 떨어진 곳에서 멧돼지 공격을 받아 숨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2013년과 2014년 사이 국내에서 멧돼지로 인해 발생한 인명 피해는 모두 18건에 이릅니다. 그런데 홍콩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최근 홍콩도 도시 곳곳을 뛰어다니는 멧돼지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백화점 건물 내부에서까지 멧돼지가 발견되면서 한동안 손님들이 대피하는 소동까지 벌어졌습니다.

지난해 10월에는 75세와 65세 노약자 부부가 집 근처에서 멧돼지 공격을 받아 큰 상처를 입고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지난해 7월에는 39살 여성이 대낮에 대로에서 멧돼지 공격을 받았습니다. 2018년 한 해 모두 5명이 도시에서 멧돼지 공격을 받아 병원 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취파용 (출처 Liz Walsh/CNN)지난해 홍콩 도심에서 목격된 멧돼지 때문에 당국에 신고된 사례는 거의 7백 건에 달합니다. 5년 전과 비교하면 두 배 정도 늘어난 것입니다. 지난해 도시에서 잡힌 멧돼지만 모두 129마리. 2017년에는 106마리가 잡혔습니다. 멧돼지 개체수가 시간이 지날수록 꾸준히 늘고 있는 것인데 당국은 주민들이 주는 음식 때문에 많은 도시들에서 발견되는 멧돼지 수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멧돼지의 무게는 280kg까지 늘고 몸길이는 1.8m까지 커집니다. 이들은 구석에 몰리게 되면 매우 공격적으로 변하는 습성이 있습니다. 특히 홍콩에 있는 멧돼지는 인간에 대한 두려움을 잊고 살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무엇보다 인간이 주는 음식을 먹기 시작하면서 심각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너무 쉽게 음식을 얻게 된 것이 문제를 키웠다는 것입니다.

일부 멧돼지는 인간이 버린 쓰레기를 먹는 방법을 익히기 시작했습니다. 쓰레기통에는 먹이가 많다는 것을 알기 시작하면서 쓰레기를 수거하는 날이면 쓰레기통 주위로 몰리기 시작했고, 쓰레기통을 직접 쓰러뜨리고 뚜껑을 열고 안에 있는 음식물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멧돼지 (사진=서울동물원 동물정보)● 멧돼지 퇴치에 호랑이까지 동원한다?

한 정치인이 이런 제안을 합니다. "멧돼지가 무서워하는 동물을 풀어서 멧돼지를 몰아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천적이라고 하는 호랑이나 늑대를 이용하면 어떨까요?" 그야말로 충격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은 것입니다만 주민들 역시 위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기막힌 아이디어는 없던 이야기가 되고 말았습니다. 또 다른 정치인은 멧돼지를 무인도로 옮기자는 주장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멧돼지들이 워낙 수영을 잘하기 때문에 효과가 없다는 당국의 분석때문에 이 아이디어 역시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고 합니다.

2017년에는 전문 사냥꾼을 고용해 멧돼지를 잡을 계획이었지만 동물보호단체 반대와 주민 안전 문제로 시작도 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당국은 위치추적 장치를 멧돼지 몸 안에 넣어 이들의 이동을 관리하고 있을 뿐입니다. 당국은 일단 멧돼지가 먹을 음식을 구하기 위해 찾는 쓰레기통 관리가 가장 큰 문제라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멧돼지 때문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을 수도 없는 일입니다.

결국, 일단 가정이나 식당에서 사용하는 쓰레기통 디자인을 모두 바꾸기로 했고 현재 작업 중이라고 합니다. 여기에 홍콩 정부는 올해 돼지해라는 이유 때문에 많은 주민들이 멧돼지에게 먹이를 많이 주고 또 멧돼지를 무서워하지 않고 있다면서 멧돼지에게 음식을 주는 행위를 철저하게 단속하기로 했습니다.

현재 홍콩에서 멧돼지에게 먹이를 주다가 단속되면 벌금을 물어야 합니다. 벌금은 적지 않아 우리 돈으로 21만 원 정도를 내야 한다고 합니다.

(사진=서울동물원 동물정보, Liz Walsh/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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