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감사원의 K-2 전차 2라운드 최종감사…방사청 면죄부 주나?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oneway@sbs.co.kr

작성 2019.02.11 10:31 수정 2019.02.12 15:4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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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감사원의 K-2전차 2라운드 최종감사…방사청 면죄부 주나?감사원이 작년 말부터 국산 전차 K-2 흑표의 파워팩(엔진, 변속기, 냉각기 등의 복합체) 획득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따지는 감사에 착수했습니다. 감사 청구는 국회가 했고 감사 기간은 3개월입니다. 벌써 절반이 지났습니다.

K-2 흑표 전차의 파워팩은 탈도 많고 말도 많은 부품입니다. 전차의 심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중요한 물건이기는 하지만 완제품 무기도 아닌 부품이 이토록 많은 이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회자된 건 유례가 없습니다.

K-2 파워팩의 지난 10여 년은 국산 개발 지연, 감사원 감사, 독일제 파워팩 적용, 독일제-국산 하이브리드 파워팩 적용, 독일제 변속기 다수 결함 발생, 국회의 '진화적 개발' 권고로 이어지는 고난의 세월이었습니다. 현재는 국회 예결특위원장의 청구로 감사원이 또다시 파워팩 도입이 제대로 진행됐는지를 살피고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길고도 긴 파워팩 논란이 투명하게 정리되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감사 기간 절반이 다 되도록 감사원은 방사청하고만 협의를 하고 있습니다. 파워팩 도입 과정에 문제가 있다면 방사청부터 개발업체까지 종합적으로 두루 점검해야 할 텐데 방사청 밖으로는 시선을 돌리지 않고 있습니다. '반쪽 감사'라는 의혹의 시선을 받기 십상입니다.

또 현재 방사청장은 왕정홍 전 감사원 사무총장입니다. 작년 8월 감사원 사무총장을 이임할 때까지 33년간 감사원에서 일한 '감사원 원팀맨'이었습니다. 방사청이 이번 감사를 계기로 K-2 전차 파워팩 최종 면죄부를 받을지도 모른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작년 9월 한국방위산업전에 전시된 국산 변속기● 국산도 독일제도 깨지기는 매한가지

파워팩은 전차의 엔진과 변속기, 냉각장치를 한 데 묶은 대형 부품입니다. 엔진은 두산인프라코어, 변속기는 S&T중공업, 냉각장치는 현대로템이 개발했습니다. 항간에는 두산인프라코어의 엔진이 개발되지 않아 국산 파워팩 완전체가 탄생하지 못한 것처럼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좀 늦긴 했어도 개발시험평가, 운용시험평가에서 모두 합격했습니다. K-2 전차의 2차 양산분부터는 국산 엔진이 파워팩에 탑재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S&T중공업의 변속기입니다. 개발시험평가는 통과했는데 마지막 고비인 양산 내구도 평가에서 고배를 마셨습니다. 그런데 내구도 평가가 대단히 가혹합니다. K-2의 수명주기 동안 운행 거리가 9,600km인데 이런 9,600km를 달리는 동안 사소한 고장이 단 한 건이라도 발생하면 안 된다는 게 내구도 평가 기준입니다. "실전 배치된 뒤 수명을 다해 전력에서 이탈할 때까지 변속기에서 잔고장 한 건도 발생하면 안 된다"는 뜻입니다. 세계 최고의 미국 국방 규격에도 이런 기준은 없습니다.

국산 변속기는 목표 거리인 9,600km에 2,490km 못 미친 7,110km에서 수입 볼트 하나가 부러진 탓에 실패 낙인이 찍혔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 하나! 자국산 전차를 개발 중인 한 외국 정부에서 "7,110km를 무결함으로 달린 변속기라면 당장 실전에 투입할 수 있다", "한국 정부가 이 정도 성능만 보증해주면 한국 변속기 도입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수차례 방사청에 전달했습니다. 방사청은 이런 제안이 영 불편한지 호응을 안 하고 있습니다. 방사청이 '수준 미달'이라며 내친 국산 변속기를 외국 정부가 덥석 사들여 실전에 투입하면 방사청 입장이 곤란해지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국산과 달리 독일제 변속기는 이미 양산된 부품이라는 이유로 내구도 평가 없이 수입돼서 K-2에 장착됐습니다. 뒤에 다시 설명하겠지만 K-2에 장착된 독일제 변속기는 새로운 제품이었습니다. 당연히 여러 가지 시험평가를 거쳐야 했었지만 방사청은 눈감아 줬습니다. 그래서인지 1차 양산 K-2 100대에 장착된 독일제 변속기 중에서 20대 이상이 운행 중 결함으로 깨졌습니다.

● 이번 감사의 초점은?…"획득 과정에 문제 있다!"

1년 반 전 방사청 국감에서 한바탕 K-2 토론이 벌어졌습니다. 국산 무기를 진화적으로 개발하자는 공감대가 처음으로 형성된 자리였습니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300명 태우는 여객기에 승객 3~4명 안 왔다고 해서 언제까지고 기다릴 수는 없다", "안 온 승객은 대기자 명단으로 돌리고 비행기 띄워야 한다", "토마호크, 아파치 같은 명품도 최소 성능만 맞추고 초도 배치한다", "미국뿐 아니라 심지어 북한도 최소 60% 성능만 나오면 배치한다", "국산 변속기를 장착해도 K-2는 문제없이 굴러간다"고 말했습니다.

개발 목표를 100% 달성할 때까지 마냥 기다릴 게 아니라 일정 수준 이상으로 개발되면 우선 전력화하고 추후에 성능개량을 통해 '결함 제로'에 근접하는 진화적 개발을 하자는 겁니다. 미국, 유럽의 무기 개발 방식입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개발 목표 100%를 이룰 때까지 대책 없이 기다리는 완성형 무기 개발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바른미래당 김동철 의원은 "전차가 9,600km 달리도록 잔고장 한번 없도록 하라는 건 가혹하다", "'성능에 이상 없다'는 진술서 한 장으로 통과시킨 독일제 변속기와 9,600km 가동하며 잔고장 한번 없어야 하는 국산 변속기의 평가 기준은 형평성에 안 맞다"고 지적했습니다. 자유한국당 김학용 의원은 "국산, 독일제 모두 결함이 있다고 하면 국산을 선택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국회가 작년 말 감사원의 감사를 제안한 겁니다. 국회는 감사요구서에서 "파워팩 획득 방식의 타당성에 대한 지적이 있어서 감사를 요구한다"고 밝혔습니다. 감사의 초점은 국산과 독일제 변속기의 내구도 평가가 각각 타당했는지, 독일제 변속기는 내구도 평가를 받기나 했는지, 그 과정에서 방사청이나 수입 에이전트의 불합리한 개입은 없었는지를 따지는 데 있습니다.

마땅히 방사청뿐 아니라 개발업체들도 감사를 해야 실체가 드러납니다. 하지만 감사원은 방사청하고만 접촉하고 있습니다. 방사청 관계자는 "감사원과 몇 차례 만나서 방향을 결정하고 있다", "감사원이 업체 방문은 안 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업체 측 확인 결과, 현재까지 감사원으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은 바 없었습니다. 감사원은 어떤 내용도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2012년 감사원의 K-2 파워팩 감사 보도자료● 2012년 드러난 방사청의 파워팩 비위

K-2 전차의 파워팩은 지난 2012년에도 한차례 감사원 감사를 받았습니다. 그때 감사원은 "방사청이 국산 파워팩에 중요 결함이 있는 것처럼 과장하고, 반면 해외(독일제) 파워팩의 결함은 축소하는 등 왜곡된 심의자료를 작성하여 해외 파워팩을 선정했는지"를 조사했습니다. 감사는 방사청, 국방과학연구소, 육군본부, 개발업체 등을 대상으로 2012년 5월 중순부터 40일간 진행됐습니다. 비교적 짧은 기간이었지만 현장 검증만 17차례 했습니다.

감사 결과는 "방사청이 양산 실적 없는 해외 파워팩 시제품을 K-2 전차에 처음 적용하면서 같은 계열의 다른 파워팩 양산 실적을 기재했다", "해외 파워팩은 100km 및 8시간 연속주행 평가를 하지 않았다"였습니다. 독일제 파워팩 운용시험평가에서 전차 기동 불가, 시동 불가, 매연 과다 발생, 제동장치 고장, 오일 누유 등의 결함이 무더기로 발생한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운용시험평가에서 연료소모량 기준을 만족하지 못했고, 규격을 벗어난 과 출력이 발생했는데도 방사청은 원인 파악도 안 했고, 심의자료에 관련 사실을 기재하지도 않았습니다.

반면, 국산 파워팩은 기술검토위에서 '중대한 결함'이 아닌 것으로 판단됐는데 방사청은 '주요 결함'으로 둔갑시켜 기술했고 정비·지체 일수를 늘리는 등 악의적으로 평가서를 꾸민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국산과 독일제를 같은 기준으로 검증하면 독일제 파워팩의 전력화가 늦춰진다는 결론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방사청은 독일제 파워팩을 적용하기로 결심한 뒤 국방과학연구소을 동원해 이에 맞춘 공문서를 작성케 하고 심의자료에 첨부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감사를 맡았던 감사원 관계자는 "방사청 직원들이 공무원의 상식에서 너무나 과도하게 벗어나는 행위들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감사원은 감사를 마치고 방사청 관련자 3명의 징계를 요구했습니다. 방사청의 당시 해당 사업부장인 육군 준장에 대해서는 대령 강등을 권고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국산 변속기를 탈락시킨 과정은 이미 2012년 감사에서 여실히 확인됐습니다. 이후에도 독일제 변속기 채택 과정의 타당성에 자꾸 의문이 제기되니까 이를 살펴봐달라는 것이 작년 말 국회의 주문입니다. 감사원의 이번 감사는 2012년 감사의 연장선 상에 있습니다.

감사원은 2012년처럼 철저하게 방사청-국방기술품질원-국방과학연구소-개발업체를 현지 조사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방사청에서만 맴돌면 감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도 있습니다. 방사청장이 '33년 감사원 맨'인 왕정홍 전 감사원 사무총장이어서 더욱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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