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韓日 레이더 분쟁과 日 군사대국화…미국의 시각은?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oneway@sbs.co.kr

작성 2019.02.07 14:3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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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9일, 마르티네즈 주일미군 사령관의 일본 프레스 센터 기자회견한일 두 나라의 거리를 더욱 멀어지게 한 레이더-초계기 분쟁에 대해 미군 핵심 지휘관이 공식적인 공개 발언을 한 게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발언자는 제리 마르티네즈 주일미군 사령관입니다.

마르티네즈 사령관은 지난달 초 한일 양국에 대화를 통한 해결을 주문했고, 일본 총리와 방위상은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를 관할하는 미군 지휘관들과 연쇄 회동했습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지난달 말 미 태평양사령부 사령관 출신의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와 초계기 사안을 두고 의견을 나눴습니다. 미국의 중재 영향인지 이후 한일 양국은 잠잠해졌습니다.

마르티네즈 사령관은 일본의 방위력 증강 계획에 대해서도 솔직한 의견을 내놨습니다. "적극 환영한다"입니다. 동아시아 안보 지형을 다시금 통찰하고 대비책을 강구할 때입니다.

●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대화로 문제를 풀어나가야"

마르티네즈 사령관은 지난달 9일 일본 프레스클럽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때 뉴욕타임스 도쿄지국장이 "한일 두 나라 사이에서 외교 및 법적 분야에서 레이더와 관련된 군사 분야로 번지고 있는 갈등의 심화에 대해 우려되는 점이 있는가"라고 물었습니다.

마르티네즈 사령관은 "당연히 우려하고 있다"며 미국이 이번 사태를 보는 관점을 내비쳤습니다. 이어 "다들 아시겠지만 수십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한일 양국의 과거는 더 이상의 비밀이 아니다", "미국 사령관으로서 정말 원하는 것은 한일 양국이 대화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미국은 한국, 일본과 각각 동맹을 맺고 있습니다. 한일 두 나라는 동맹국 미국을 매개로 묶여 있어서 빅터 차 같은 미국 학자는 한일 안보 관계를 유사동맹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북한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미일이 삼각 안보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겁니다.

마르티네즈 사령관은 이런 맥락을 상기하며 "한일 두 나라는 역내 평화와 안보를 지키기 위해 많은 일을 함께하고 있으며 특히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이 가중되는 시점에 많은 교류가 있었다", "이 (레이더-초계기) 사건이 잘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한일 과거사로 한발 더 나아가 "강조하고 싶은 점은 과거를 극복하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며 미래를 바라보며 상황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라고도 언급했습니다.
지난 달 28일 연쇄회동한 해리스 대사와 정경두·강경화 장관● 한미, 미일 연쇄 접촉…갈등 해법 찾았나

마르티네즈 사령관의 기자회견 이후 미국의 사령관들은 참 바빴습니다. 일본 이와야 다케시 방위상은 미 태평양함대 사령관, 주일미군 사령관과 잇따라 만났습니다. 하와이를 방문해 인도-태평양 사령부 사령관과도 회동했습니다. 아베 총리는 미 해군 작전사령관을 관저로 초청해 대화를 나눴습니다. 어떤 말이 오갔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한일 레이더-초계기 분쟁을 두고도 의견을 나눴을 것으로 보입니다.

예비역 해군 대장인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도 정경두 국방·강경화 외교장관과 지난달 28일 만났습니다. 정경두 장관과는 초계기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난달 23일 이후 일본은 더 이상 도발을 하지 않고 있고, 따라서 한국도 일본 비판을 삼가고 있습니다. 작년 12월 20일 사건 발생 이후 한 달 동안 티격태격하다가 2주째 침묵입니다. 미국의 역할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은 이번 사건으로 얻고자 한 바를 모두 얻었을까요? 문근식 국방안보포럼 대외협력실장은 "일본은 북한 비핵화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일본의 역할과 위상을 분명히 하기 위해 이번 도발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일본은 미국에 확실하게 의도를 전달했다"고 말했습니다. 일본은 국내적으로는 미사일과 핵을 딱 끊은 북한 대신 한국을 외부 위협으로 부각해 군사력 증강의 명분과 아베 정부의 지지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도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항모 개조 계획을 밝힌 일본 이즈모급 헬기 항모● 미국의 일본 군사력 증강 감싸기

마르티네즈 사령관의 기자회견 내용 중 레이더-초계기 분쟁 외에 일본의 군사력 증강을 높게 평가하는 대목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마르티네즈 사령관은 "일본은 정말 잘하고 있다는 점을 먼저 말씀드린다", "엄청난 규모의 최첨단 군사 장비를 도입하고 있는데 이는 주변의 위협에 대한 이해 그리고 이런 위협에 장기적으로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비전을 보여주는 예"라고 치켜세웠습니다.

마르티네즈 사령관은 특히 일본이 최근 발표한 F-35 도입 계획을 거론하며 다른 나라와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호언했습니다. 일본은 F-35를 140대 이상 도입할 계획입니다. 이 가운데는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F-35B도 수 십 대 포함됐습니다. 헬기 항모 4척을 소형 항공모함으로 개조하기 위한 계획의 일환입니다. 일본 해상자위대 막료장이 신년사에서 밝혔듯이 일본 자위대를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 전환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겁니다.

미국으로서는 일본이 자발적으로 대중국 압박에 나서니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일입니다. 게다가 미국 무기를 잔뜩 구매하니 금상첨화입니다. 일본과 미국이 힘 모아 일본의 '무력 제한 고삐'를 풀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무겁게 고민해야 할 지점입니다. 주일미군 사령부 지휘봉은 지난 5일 마르티네즈 중장의 손을 떠나 케빈 슈나이더 중장에게 넘겨졌습니다. 슈나이더 신임 사령관 생각도 마르티네즈 장군과 다르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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