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연초부터 찾아온 최악의 미세먼지 "제주도 미세먼지는 누구 겁니까?"

정구희 기자 koohee@sbs.co.kr

작성 2019.02.03 08:39 수정 2019.02.03 09:4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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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악의 중국발 미세먼지 찾아온 1월

지난 1월 11일부터 15일까지 최악의 중국발 미세먼지가 찾아왔습니다. 무려 닷새 동안 미세먼지는 사라지지 않았고, 초미세먼지 농도는 2015년 공식 관측이 시작된 이후 최고점을 찍었습니다. 당시 SBS는 "중국발 미세먼지에 국민이 피해를 보는 것이 문제다", "NASA와 공동 연구에서도 고농도 사례에서는 중국 영향이 70%였다"는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이 보도에 대해서 KBS에서 방송된 토크쇼는 "미세먼지 문제에는 국경이 없다"며 "SBS는 환경에 대한 인식 자체가 잘못됐다"고 비방하는 방송을 내보냈습니다. 토크쇼 방송에 계속 대응할 생각은 없었지만, 해당 프로그램이 저희 보도를 악용해 계속해서 미세먼지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퍼트리고 있다는 점이 우려되어 또 한 번 긴 기사를 쓰게 되었습니다.
KBS 저널리즘 토크쇼 방송화면, 미세먼지 문제에 대해 국경 중심으로 접근해서 안 된다고 주장했다.
KBS 토크쇼 "미세먼지에는 국경이 없다"

KBS 토크쇼 출연자 정준희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SBS의 보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SBS의)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 자체가 잘못된 것이에요. 환경문제는 국경이 없거든요. 환경문제를 어떻게 국경으로 통제합니까."

지난해 6월 한국과 중국, 일본은 함께 미세먼지에 대한 'LTP 보고서'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중국 측의 반대로 공개가 무산됐습니다. 여기서 T와 P는 Transboundary air Pollutants, 즉 '국경을 넘는 대기 오염물질'을 말합니다. 3개국 정부 부처와 과학자들이 모여 미세먼지의 국경을 찾기 위해 연구하고 있는 겁니다. 특히 건강에 더 치명적인 초미세먼지(PM 2.5)는 대부분이 인류기원 물질입니다. 오염물질을 만든 사람과 나라가 있다는 것입니다.

미세먼지가 어느 나라에서 넘어오는지 분석할 방법 또한 갖추고 있습니다. 역궤적 기류 추적방식으로, 중국과 러시아 북한, 몽골에서 기류가 어떻게, 얼마나 넘어오는지 분석할 수 있습니다. 특히나 초미세먼지에 들어있는 질산염이나 황산염, 중금속들을 상세히 분석하면, '화학적인 국경' 또한 찾을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물질은 같은 물질임에도 질량이 다른 동위원소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초미세먼지에 들어있는 중금속 가운데 납(Pb)의 경우에는 납-206과 질량수가 높은 납-207이 존재합니다. 그런데 납 속에 포함된 납-206과 납-207의 비율은 나라마다 다릅니다. 중국 북서쪽에서 넘어온 납의 경우 납 206과 207의 비율이 1:1.15 정도이고, 중국 중부 쪽과 우리나라는 1:1.149, 일본에서 넘어온다면 1:1.58이 됩니다. 즉 납 속에 포함된 납 206과 207의 비율을 살펴보면 이 납이 어느 나라에서 날아온 것인지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 표준과학연구원도 미세먼지에 들어있는 칼륨과 레보글루코산을 분석해, 중국의 폭죽 성분이 우리나라에 날아들어 온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렇게 배출국가나 오염원을 과학적으로 찾게 해주는 물질들을 트레이서(Tracer), 추적물질이라 부릅니다. 과학자들과 환경정책 전문가들은 미세먼지의 국경을 밝히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데, 왜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해서만 국경을 나누지 말자고 주장하는지, 그것이 무엇을 위한 주장인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 제주도 먼지는 여수, 광양에서 날아온다?

지난 12월 중국 생태환경부 대변인이 "서울 먼지는 대부분 서울에서 나온다"고 발언해 문제가 됐습니다. "언론 보도를 봐도 그렇다. 한국의 전문가도 같은 결론을 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SBS는 "중국 당국이 기사까지 찾아가며 입맛에 맞는 보도를 취사 선택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중국 측에 빌미를 줄 보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전해드렸습니다.

KBS는 SBS의 해당 발언 또한 문제 삼았습니다.

(KBS 토크쇼 출연자 정준희) "빌미를 주더라도 정확한 보도를 하는 게 맞고요. 정확한 보도를 하는 시도가 저쪽에서 악용이 될 것이다라는 고민을 하는가. 이건 언론으로서 갖지 말아야 할 태도"

저희 보도를 잘못 이해하신 것 같아서 분명히 말씀드리면, 정확한 보도를 나무라는 것이 아닙니다. '보도를 정확하게 하지 않아서 중국에 빌미를 주고 있다'라고 말씀드린 겁니다.

KBS의 보도를 살펴보겠습니다. KBS는 지난 5월 '그래도 미세먼지는 중국 탓? 댓글에 답해드립니다'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일종의 미세먼지 팩트체크 기사를 쓴 것인데 여기서 제주도 미세먼지에 대해 다뤘습니다.

"(KBS 보도) 미세먼지가 국내 탓이면 서울만 나빠야지 제주도는 왜 뿌연가?, 북풍이 분다면 여수 광양 등 남해안 공업단지에서 발생한 미세먼지도 제주도까지 날아갈 수 있습니다."
KBS 기사 '그래도 미세먼지는 중국 탓? 댓글에 답해드립니다'중국의 영향에 대해선 제대로 다루지 않고, 제주도의 미세먼지가 여수나 광양에서 온 것 아니냐는 식으로 보도를 했습니다.

2017년 기준 서울의 초미세먼지농도 평균은 25㎍/㎥, 제주도는 23㎍/㎥입니다. 제주도는 친환경 자동차 보급률과 신재생에너지 비율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입니다. 자동차나 공장, 석탄 화력발전소가 매우 적어서, 단위면적당 오염물질 배출량도 서울에 비하면 크게 낮습니다, 그런데도 미세먼지 농도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 때문에 과학자들은 꽤 오래전부터 제주도의 미세먼지 농도가 왜 이렇게 높은지 의문을 가졌고 다양한 연구들이 실시됐습니다.

- 제주연구원이 2017년 작성한 '제주지역 미세먼지 관리정책방향'은 다음과 같이 분석했습니다. "제주도는 농도가 높게 나타난 날에 대한 기류를 역궤적 분석한 결과 중국 북부 동부지역 등에서부터의 장거리 이동 오염물질의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고 있는 것으로 제시됨."

- 국립기상연구원이 작성한 '국내 배경지역 대기 미세먼지의 기류 이동경로별 조성변화: 2013년'에서는 미세먼지 조사기간 동안 중국 대륙에서 넘어온 기류가 63%에 달했습니다.

- 환경부 '제주도의 청정하늘, 미세먼지로 위태위태, 2009.12'의 보도자료에서도 제주도만 유독 10월에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것은 중국 동남부의 영향이 컸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례적인 10월 황사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으로 최근 5년 평균 대비 미세먼지 농도 수준에 변동이 없었음 - 반면 제주도만은 평년대비 13㎍/㎥이 증가하였고, 황사 영향(1㎍/㎥ 증가)을 제외한 경우에도 평년대비 12㎍/㎥ 증가하는 등 최대 증가폭을 보임. 일반적으로 제주도는 중국 북부지역으로부터 이동된 기류의 영향을 주로 받으나, 올해 10월의 경우에는 상하이를 중심으로 한 산업화 지역인 중국 동남부로부터 이동된 기류의 영향을 자주 받아서인 것으로 분석됨.

제주도 미세먼지에 대해 중국으로부터의 심각한 영향을 배제하고 여수, 광양에서 먼지가 넘어온다며 두루뭉술하게 결론 내린 KBS의 보도는 잘못됐습니다. 앞서 말했듯 중국은 한국의 언론보도까지 입맛대로 골라서 중국발 미세먼지를 부정하는 상황입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중국에 빌미를 줄 수 있는 잘못된 보도는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제주지역 미세먼지 관리정책방향, 제주도 미세먼지의 역궤적 분석, 제주연구원 2017==========================================
● KBS의 의도는 뭘까?

KBS 토크쇼는 3차례 방송을 통해 다음과 같이 주장했습니다.

"중국발 미세먼지 보도는 공포감만 조장한다."

"미세먼지 농도가 좋아지고 있으니 걱정 말고 숨 쉬세요."

"미세먼지는, 정권, 누가 집권하느냐의 문제가 아니고 결국은 우리나라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거든요. 그렇다면 이거를 이번 정권 비판의 소재로 활용한다면 오히려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이게 문제만 더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


무슨 말을 하든지 그것은 KBS 방송사의 자유겠습니다. 그러나 엉뚱한 메시지 쏟아내는 프로그램에 SBS의 과학 보도를 자꾸 인용하지 말고, KBS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KBS 스스로 과학적 근거를 찾아 방송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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