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와 공존하는 '그랩'…싱가포르는 어떻게 극복했나

이용자 1억 명 '승차 공유서비스' 기자가 직접 타봤다

박찬근 기자 geun@sbs.co.kr

작성 2019.01.13 21:05 수정 2019.01.13 23:0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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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카풀 서비스 문제 해야 된다, 안된다, 양쪽 의견이 여전히 팽팽합니다. 그런데 동남아에는 '그랩'이라는 업체가 이미 1억 명이 사용할 정도로 덩치를 키우고 있습니다. 시장 가치도 12조 원이나 될 정도인데 저희 기자가 싱가포르에 가서 한 번 타봤습니다.

먼저 영상 보고 더 이야길 나눠보죠, 박찬근 기자입니다.

<기자>

싱가포르 도심의 아침 출근길.

승차 공유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쉽게 눈에 띕니다.

앱을 켜고 '이동' 버튼을 누르자 호출을 받을 수 있는 주변 차량들이 표시됩니다.

목적지를 입력하면 차를 부르기 전에 요금을 미리 알려줍니다.

길이 막혀 시간이 걸려도 추가 요금 걱정은 없습니다.

이번엔 현지 택시로 같은 경로를 이동해봤습니다.

[(아마라 호텔에 가려고 하는데요.) 아, 아마라 호텔이요?]

요금은 10.95 싱가포르 달러로 '그랩' 승차 공유 서비스 요금과 비슷했습니다.

다만 택시를 호출할 경우에는 우리 돈 3천 원 정도의 추가 비용이 들기 때문에 호출 서비스를 이용할 거라면 승차 공유 서비스가 더 저렴합니다.

시민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입니다.

[샌들/출근길 시민 : 그랩은 싸고, 예약이 쉬워요.]

[안젤리나/출근길 시민 : 요금을 미리 알 수 있어서 좋아요. 택시 요금은 교통 상황에 따라 달라져서 알 수가 없거든요.]

하지만 단점도 있습니다.

출근길이나 이런 관광지에서는 차를 부르는 사람이 많아 요금이 폭등하기도 합니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 실시간으로 요금이 결정되는 시스템 때문입니다.

[킴벌리/그랩 이용자 : 그랩이 택시보다 비싸질 때도 있어요. 수요가 몰리면 택시 요금의 2배가 되기도 해요.]

불과 7년 전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그랩의 운행량은 하루 600만 건에 이릅니다.

동남아시아에서는 이미 승차 공유가 대중교통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앵커>

박찬근 기자하고 더 얘기를 해보죠.

Q. 해외 승차 공유 서비스, 직접 타보니?

[박찬근 기자 : 우선 이용방법 자체에는 카카오 택시나 T맵 택시 같은 국내 택시 호출 앱과 굉장히 비슷합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부르기 전에 주변에 부를 수 있는 차가 얼마나 있는지 미리 알 수가 있기 때문에 좀 더 기다려볼지, 아니면 다른 대중교통수단을 사용할지 빠르게 결정할 수가 있다는 거고요. 또 타기 전에 요금을 미리 알 수 있으니까 미터기를 일일이 확인할 필요가 없는 점도 승객 입장에서는 굉장히 편리했습니다.]

Q. 택시 업계와 갈등, 조율은 어떻게?

[박찬근 기자 : 물론 동남아시아 택시 업계에도 반발이 굉장히 거셉니다. 인도네시아 같은 경우에는 크고 작은 집회가 계속되고 있고요. 베트남에서는 한 택시 업체가 이 그랩 때문에 굉장히 큰 손해를 봤다면서 소송을 걸기도 했습니다. 이런 모습들이 우리나라에서 이미 일어나고 있는 것과 굉장히 비슷한데 동남아시아에서는 이런 일을 이미 겪고 있었던 겁니다. 유독 싱가포르에서만 이런 일이 별로 없었는데 이 대응 방법을 우리가 참고할 만할 것 같습니다.]

<앵커>

그런 좋은 방법이 있다면 배워 볼 필요가 있겠죠. 이런 부분도 취재를 해왔는데 이 영상도 같이 보시죠.

<기자>

싱가포르에서는 그랩 운전자도 택시 기사처럼 면허를 받아야 합니다.

면허제를 통해 승차 공유 서비스 규모를 적절히 제한하는 겁니다.

이 스티커는 이 운전자가 승차 공유 서비스 면허를 발급받았다는 표시입니다.

이런 면허 없이 승차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불법입니다.

택시 면허를 자산으로 여기지 않아 전직이 비교적 자유로운 것도 반발이 적은 이유입니다.

수천만 원에 달하는 우리나라 택시 면허와 달리 싱가포르 택시 면허는 25만 원 정도면 딸 수 있고 되팔 수 없습니다.

[림 킴/그랩 운전자(전 택시 기사) : 그랩이 시장에 들어왔고, 저는 그랩 운전자로 직업을 바꿨어요.]

이런 이유로 싱가포르 택시 기사들은 승차 공유를 별개의 산업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탄/택시 기사 : 싱가포르에서는 그런 움직임(그랩에 반발)은 없습니다. 그랩은 (택시와는) 또 다른 기업입니다.]

눈여겨볼 것은 공유경제 산업에서 나타나는 독점에 대한 예방과 규제입니다.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 격인 싱가포르 소비자 경쟁위원회는 지난해 3월 그랩이 우버의 동남아 사업을 합병하자 두 회사에 큰 벌금을 부과했습니다.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린 뒤 요금을 올리는 독점 행위를 했다고 판단한 겁니다.

현재 55조 원 규모로 추산되는 세계 승차 공유 시장은 10년 뒤에는 6배 정도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미래 먹거리 산업입니다.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면 상생과 이익 공유의 해법을 찾는 노력을 서둘러야 합니다.

(영상취재 : 박진호, 영상편집 : 김종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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