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단독] 심석희 피해 기간에 체육회 책임자 5번이나 교체

권종오 기자 kjo@sbs.co.kr

작성 2019.01.11 11:29 수정 2019.01.11 11:4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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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차례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따낸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가 자신을 가르쳤던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로부터 4년 동안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해 국민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심석희 선수를 비롯한 국가대표 선수의 인권을 보호해야 할 대한체육회의 책임자가 4년 동안 5번이나 교체된 것이 SBS 취재 결과 드러나 대한체육회가 과연 선수의 인권을 지킬 강력한 의지가 있었는지 의문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심석희 선수측이 제출한 고소장에 따르면 심 선수는 17살이던 2014년 8월부터 당시 현직 국가대표팀 지도자였던 조재범 코치에게 성폭력을 당한 것으로 돼 있습니다. 대한체육회는 폭력, 성폭력 등으로부터 국가대표 선수의 인권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기관입니다. 당시 선수 인권 침해 문제를 담당하는 대한체육회 내 부서의 명칭은 '선수권익부'였습니다. 심석희 선수가 처음으로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한 2014년 8월 대한체육회 선수권익부장이었던 A씨는 2015년 1월 9일 인사발령으로 다른 부서로 이동하고 대신 B씨가 임명됐는데, 이때부터 부서 명칭은 '공정체육부'로 바뀌었습니다. B씨는 1년 2개월 뒤인 2016년 3월 27일 인사발령으로 다른 부서로 가고 대신 C씨가 공정체육부장에 선임됐습니다. 그런데 C씨는 1년이 채 못돼 또 다른 부서로 이동했습니다. 부서 이름도 '클린스포츠센터'로 바뀌었습니다.

2017년 1월 25일 D씨가 '클린스포츠센터장'에 취임했습니다. 그런데 D씨는 선수 인권 보호를 책임지는 중책을 맡은 지 고작 2개월만인 2017년 4월 1일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파견으로 발령이 나 떠났습니다. 후임은 E씨가 맡았습니다. 그런데 E씨도 1년 만인 2018년 4월 19일 다른 부서도 이동했고 이때부터 지금까지 F씨가 맡고 있습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에 따르면 다음 달쯤 직원 인사이동이 예정돼 있기 때문에 F씨에서 또 다른 사람으로 바뀔 가능성이 큽니다.
대한체육회대한체육회 사정에 정통한 국내 체육인은 "폭력과 성폭력 등 선수 인권과 관련된 문제는 오랜 경험과 노하우 등 전문성이 특히 필요한 자리이다. 그런데도 평균 1년이 채 안 돼 책임자를 교체했다는 것은 이 부서를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는 증거, 쉽게 말해 '한직'으로 간주했다는 것 아니겠는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도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이 기간에 본인이 대한체육회 부회장, 수석 부회장, 회장을 차례로 하지 않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대한체육회는 현재 심석희 선수가 4년 동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을 당하고 있는 동안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는 거센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부랴부랴 어제(10일)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명의의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주요 내용은 "선수촌 전 종목에 걸쳐 현장 조사를 실시해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아울러 스포츠인권 관련 시스템을 백지부터 전면적으로 재검토 및 개선하겠다. 국가대표선수촌 훈련장·경기장 CCTV 및 라커룸 비상벨 설치 등을 통해 사각지대와 우범지대를 최소화하겠다. 선수촌 내 여성관리관과 인권상담사를 확충하여 여성 선수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선수 보호 조치를 철저히 하겠다. 앞으로 성폭력 가해자에 대해 무관용 원칙에 따라 다시는 체육계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엄벌하겠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입니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측근인사' '보은인사' 논란으로 여야 국회의원으로부터 호된 질타를 받은 대한체육회는 다음 주에 이기흥 회장을 제외한 사무총장, 사무부총장, 선수촌장, 선수촌 부촌장 등 고위직 6명을 전면 교체합니다. 연간 4천억 원의 정부 지원을 받는 대한체육회가 이번 인사를 계기로 정말 환골탈태하기를 강력히 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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