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에게 이럴 수 있나"…심석희 '조재범 성폭행 폭로' 단독보도 그 이후

장아람 PD, 심우섭 기자 shimmy@sbs.co.kr

작성 2019.01.10 19:48 수정 2019.01.10 19:54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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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기자들이 뉴스에서 다 못한 이야기를 시청자들께 직접 풀어 드리는 '더 저널리스트(THE JOURNALIST)'! 이번 순서는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코치의 성폭력 의혹을 단독보도한 SBS 이경원, 정경윤, 고정현, 원종진, 정다은 기자입니다. 고정현 기자가 취재 과정과 보도 이후 상황까지 전해드립니다.

■ 지속적인 폭행과 성폭력…실력도 웃음도 잃어버린 심석희 선수

자세히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심석희 선수가 주장한 성폭력 피해 내용은 상당히 충격적입니다. '어릴 때부터 스승이었던 사람이 제자를 상대로 이렇게 이런 성폭력을 가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처음에는 '이게 가능한가?'라는 의심도 했습니다. 하지만 내용을 곱씹어보고 그간의 이야기를 돌이켜보면서 진실이 더 빨리 드러났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심 선수는 2014년 8월부터 범행이 이어졌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실제로 2014년 말 이후의 영상을 보면 심 선수의 표정은 계속 어둡습니다. 말도 잘 안 하고 인터뷰하는 경우도 거의 없었죠.

또 쇼트트랙 선수로서 예전만큼의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아마도 이런 피해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미성년자로서 이런 일을 혼자 감당했다고 생각하면 참 안타깝다는 생각도 듭니다.

■ 폭로가 나오기까지…심석희 선수에게 용기 준 한 통의 편지

일각에서는 심 선수가 어린 시절부터 친분을 쌓아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성폭력을 가하는 '그루밍 성폭력'의 피해자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관례를 봤을 때 성범죄를 저지른 스포츠 지도자가 체육계로 돌아오는 모습을 심 선수가 분명히 봐왔을 겁니다. 때문에 조 전 코치가 언제든 빙상계로 돌아올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폭로가 쉽지 않았겠죠.

변호인에 따르면 심석희 선수의 폭로가 나올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는 한 팬의 편지 때문입니다. 당시에는 심 선수사 폭행을 당했다는 사실만 알려진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심 선수는 "나는 성폭력 피해자인데 심 선수가 폭행을 당하고도 다시 스케이트를 열심히 타는 모습을 보면서 용기를 얻게 됐다, 힘을 얻게 됐다"라는 내용의 편지를 받게 됩니다. 이 편지가 심 선수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됐던 것 같습니다.

또 심 선수는 나 같은 피해자가 더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폭로로 다른 피해자가 진실을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스포츠계에서 성폭력 문제가 근절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입니다.

■ 보도 이후 생긴 변화…추가 피해자들 "조재범과 합의 안 한다"

조재범 전 코치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추가 피해자 3명이 있는데요. 사실 2심 재판 과정에서 조 전 코치와 합의를 했던 분들입니다. 그런데 보도 직후 2명이 합의를 취소했습니다.

"조 전 코치가 성폭력까지 저지른 게 사실이라면, 우리가 합의해주는 것은 도저히 말이 안 된다"고 하면서 조 전 코치를 엄벌해달라는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한 상태입니다.

◆ 고정현 기자 / SBS 시민사회팀
'스승이 제자에게 이럴 수 있나취재진의 궁극적인 목표는 하나였습니다. 이번 보도를 계기로 스포츠계에서 폭행이나 성폭력 문제가 근절되고, 범행을 저질러도 다시 복귀할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를 뿌리 뽑아야 한다. 앞으로도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적인 보완과 변화가 생길 때까지 계속 취재를 이어갈 생각입니다.

(취재 : 이경원, 정경윤, 고정현, 원종진, 정다은 / 기획 : 심우섭 / 구성 : 장아람 / 촬영 : 김승태 / 편집 : 이홍명,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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