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 "왜 저를 필리핀에"…쓰레기의 귀환

장아람 PD, 심우섭 기자 shimmy@sbs.co.kr

작성 2019.01.06 09:01 수정 2019.01.14 16:3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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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한국의 쓰레기통이 아니다"[리포트+/6일 9시] '왜 저를 필리핀에지난해 11월, 필리핀의 환경단체 회원 수십 명이 주필리핀 한국 대사관 앞에 모였습니다. 이들은 한국에서 온 수천t(톤)의 쓰레기로 인해 필리핀 남부의 민다나오섬이 몸살을 앓고 있다며 항의 시위를 벌였는데요. "여기에 쓰레기를 버리지 마라", "쓰레기를 다시 가져가 달라"는 피켓을 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리고 시위가 있은 지 약 2달 만에 필리핀 당국과 환경단체를 들끓게 했던 한국산 쓰레기는 다시 우리나라로 돌아오게 됐습니다. 필리핀 민다나오섬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그리고 어떻게 우리나라에서 나온 쓰레기가 필리핀까지 가게 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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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구장 6배 넓이의 폐기물 "필리핀을 쓰레기장 취급 마라"

지난 7월과 10월, 6천500t에 달하는 컨테이너 화물이 두 차례에 걸쳐 필리핀에 들어왔습니다. 이 중 5천100t은 민다나오섬으로 옮겨졌고, 나머지는 관세청에 압류됐습니다. 필리핀 국경을 넘을 당시 컨테이너에는 '플라스틱 합성 조각'이 담겨 있다고 신고됐습니다. 하지만 이는 허위 신고로 밝혀졌죠.

컨테이너 안의 사정은 끔찍했습니다. 그 안에는 다 쓴 배터리와 전구, 고장 난 전자제품, 기저귀 등 생활 쓰레기로 가득했고 축구장 6배 넓이의 폐기물 처리장을 가득 메울 정도로 어마어마한 양이었습니다.[리포트+/6일 9시] '왜 저를 필리핀에게다가 폐기물 처리장에서 불과 20여m 떨어진 곳에는 지역 주민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필리핀 정부와 환경단체는 즉각 반발했습니다. 친환경쓰레기연합 대표 아일린 시손은 "지난해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며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필리핀은 쓰레기 처리장으로 취급받지 않을 자격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 불법으로 수출된 쓰레기 6천여t, 다시 돌아온다

우리 환경 당국과 관세청의 조사 결과, 수천t에 달하는 쓰레기는 경기도 평택의 한 폐기물 처리 업체가 불법 수출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처음 신고한 내용처럼 선별과 세척 과정을 거친 플라스틱 폐기물만 수출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온갖 쓰레기가 담겨 필리핀에 보내진 겁니다.

결국 민다나오섬을 뒤덮고 악취를 유발하던 쓰레기는 다시 고국으로 돌아오게 됐습니다. 환경부는 지난 3일, "한국 업체가 불법 수출한 사실이 확인돼 해당 쓰레기를 반환 조치하기로 했다"며 "반환 시기와 방법 등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국제적인 비난이 이어진 뒤에야 이뤄진 조치였습니다.

■ '불법 쓰레기 수출국' 오명까지 얻은 대한민국

국내의 쓰레기 매립지는 이미 포화상태고 지역 주민의 기피시설인 소각장을 늘리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게다가 지난 1월 중국이 폐기물 수입을 거부하면서, 불법 수출이 활개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중국 수출길이 막히자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폐기물이 필리핀 등 동남아로 보내지면서 '불법 쓰레기 수출국'이란 오명까지 얻게 됐죠.[리포트+/6일 9시] '왜 저를 필리핀에특히 국내에서 폐기물을 처리하려면 t당 15만 원 정도가 들지만, 해외로 몰래 빼돌리면 운송비를 포함해도 이보다 적은 돈으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불법 쓰레기 수출을 감행하는 업체들이 등장했는데도, 국내 쓰레기의 양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실제로 인천 송도, 경기 등 일부 지역에는 수출하려다 실패한 불법 폐기물이 이미 산처럼 쌓여있습니다. SBS 취재진이 직접 현장에 가봤는데요. 수출이 불가능한 고무호스, 시멘트 덩어리 같은 불법 산업용 쓰레기도 발견됐습니다. 그리고 이 같은 불법 쓰레기 방치 현장은 경기도 지역에서 파악된 곳만 61곳, 쓰레기는 66만여t에 달합니다.

게다가 중국이 올 7월부터 폐기물 수입 제한 품목을 확대하면 쓰레기 대란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문가들은 불법 쓰레기 수출을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플라스틱 등 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급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김미경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인 팀장은 SBS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김성준의 시사전망대'에서 "환경부가 다양한 규제와 대책을 내는 것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여전히 대부분 생산자 편의에 맞춰져 있다"며 "개인 소비자뿐만 아니라 기업들이 플라스틱 소비를 줄일 수 있도록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기획·구성: 심우섭, 장아람 / 디자인: 감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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