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국회 vs 국방부, '해병대 4성 장군' 줄다리기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oneway@sbs.co.kr

작성 2018.11.30 09:32 수정 2018.11.30 10:4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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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국방위원회가 해병대 사령관의 4성 장군 즉 대장 진급을 허용토록 하는 법률 개정을 추진하자 군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국방위는 연내에 관련 법 개정을 매듭짓겠다는 방침입니다.

육해공군의 최고 계급은 대장이지만 해병대만 3성 장군인 중장입니다. 해병대의 중장은 해병대 사령관 딱 한 명입니다. 해병대 장교는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중장 진급 뒤 사령관 임기 2년 마치면 전역입니다.

국회 국방위의 해병대 사령관 대장 진급 허용 논리는 "육해공군의 합동성과 한미연합작전에 능한 해병대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자"는 것입니다. 육해공 합동작전을 꿰뚫어 봐야 하는 합참의장, 한미연합작전을 제대로 이해해야 하는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의 자리도 합동작전과 연합작전의 베테랑 해병대 대장에게 개방하자는 취지입니다.

국방부의 반대 논리는 겉으로는 "군에 미치는 영향이 크니 의견수렴이 더 필요하다"입니다. 그제(28일) 국회 국방위 법안소위에서 관련 법 개정안이 통과될 예정이었는데 국방부가 강력하게 반대해서 무산됐습니다. 국방위는 어제 예정됐던 국방위 전체회의를 취소하며 국방부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다음 달 법안소위에서는 반드시 개정안을 처리하겠다는 태세입니다.

● 여야, '해병대 4성 장군' 합의

올해 안보 이슈가 쏟아지면서 국회 국방위는 국회 상임위 중에서도 여야의 갈등이 가장 첨예한 곳 중 하나입니다. 현재도 9·19 남북 군사 분야 합의를 놓고 치열하게 논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해병대 사령관의 대장 진급을 허용하는 군 인사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여야가 한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민홍철 국방위 여당 간사(더불어민주당)는 "타군과 형평성 차원, 그리고 해병대 사령관의 전문성을 감안하면 해병대 사령관의 대장 진급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백승주 국방위 야당 간사(자유한국당)는 "마냥 미룰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법안소위에서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호응했습니다.

정종섭 자유한국당 의원은 "해병대 사령관의 대장 진급을 막는 건 군의 직역 이기주의"라고 비판했습니다. 육군 소장 출신의 바른미래당 김중로 의원은 "현역 서열 1위인 합참의장도 얼마 전까지 현 육군 총장의 지휘를 받던 군사령관이었다"며 "해병대 사령관도 진급해서 그 자리(합참의장)에 갈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제 국방위 법안소위에 상정된 해병대 사령관 대장 진급 허용 개정안은 여야 합의로 쉽게 처리될 줄 알았습니다. 이어서 국방위 전체회의와 법사위를 거치고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되면 해병대 사령관의 대장 진급이 가능해지는 수순이었습니다.

그런데 국방부가 '절대 반대' 입장을 고집하며 법안소위 통과를 막았습니다. 국방부는 국방위에 "각 군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기 때문에 충분한 정책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했습니다. 해병대 사령관의 대장 진급이 각 군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요?

한미 해병대 연합 공지전투훈련● 강군(强軍)의 길이라면…

해병대는 육상, 해상, 공중 작전에 익숙하기 때문에 군이 그토록 강조하는 합동성 강화의 키(key) 전력입니다. 기본적으로 지상군이지만 함정을 이용해 상륙하는 해상 기반의 전력입니다. 상륙을 할 때는 해군의 함포사격 지원, 공군의 폭격 지원을 받기 때문에 해병대 지휘관들은 육해공 합동작전을 깊이 이해하고 있습니다.

또 한미연합훈련을 가장 많이 하는 부대라서 한미 연합전력 운용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큽니다. 요즘 같은 평화 분위기에도 한 달에 1~2회 미 해병대와 대대급 훈련을 하다 보니 연합작전능력이 뛰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합동성과 연합작전능력을 갖춘 고위 지휘관이 빼어난 능력을 지니고 있다면 통수권자가 대장으로 진급시키고 합참의장, 연합사 부사령관도 맡겨보자는 게 국회 국방위의 생각입니다. 안규백 국방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합동성 강화의 길은 이렇게 간단한데 국방부는 말로만 합동성 강화를 주장한다"며 "강군을 만들자는 일인데 국방부가 반대한다"고 꼬집었습니다.

국방부는 이미 고위정책회의를 통해 정책 검토를 마쳤습니다. 해병대 사령관의 대장 진급 절대 반대입니다. 각 군에 미치는 영향과 해병대의 작은 규모를 반대의 이유로 들었습니다. 각 군에 미치는 영향이란 사실 육군에게 주로 해당됩니다. 해병대 사령관이 대장이 되면 육군의 대장 보직 1~2자리가 위태로워집니다. 합참의장, 특히 부동의 육군 몫인 연합사 부사령관 자리를 해병대가 넘볼 수 있다는 위기감입니다.

해병대의 작은 규모론(論)은 "2개 사단의 통합 지휘관이면 중장으로 족하다"는 주장입니다. 해병대는 포항의 1사단과 김포의 2사단, 그리고 서북도서의 6여단과 연평부대, 제주도의 9여단 등으로 구성됐습니다. 방어 섹터(Sector)의 규모, 맡은 임무의 중요도로 보자면 해병대 사령부는 대장이 지휘하는 육군 1·2·3군 사령부 못지않습니다.

국방부는 이런 논리로는 국방위를 설득할 수 없을 것입니다. 국회 국방위는 국방부의 태도가 마뜩잖은 듯 어제 잡혔던 전체회의를 취소해버렸습니다. 안규백 위원장은 "다음 달 법안소위에서는 개정안을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한 현역 장교는 "해병대 사령관이 능력이 있으면 대장도 되고 합참의장, 연합사 부사령관도 될 수 있어야 한다"며 "기회 박탈은 전력 낭비"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미군 최고위인 국방장관 제임스 매티스, 합참의장 조지프 던포드도 해병대 대장(출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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