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5살배기 목덜미 잡고 강제로 국물 먹인 교사 '정서적 학대' 집행유예

화강윤 기자 hwaky@sbs.co.kr

작성 2018.11.30 11:07 수정 2018.11.30 14:36 조회수
프린트기사본문프린트하기 글자 크기
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5살배기 목덜미 잡고 강제로 국물 먹인 교사 정서적 학대 집행유예
"뭐 이 정도 가지고 별일 있겠어? 판사 나리가 집행유예나 때리겠지. 솜방망이 법이잖아..."

2년 전 보도에 달린 한 댓글입니다. 인천의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원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하고 폭행도 의심된다는 보도였습니다. 심각한 사법 불신을 표현한 글이겠거니 했는데 의외로 정확한 예측이었습니다. 2년간의 송사 끝에 법원은 해당 교사에게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를, 원장에게는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 배 움켜쥐며 입 틀어막고 울던 5살 아이

이 이야기는 지난 2016년 10월 23일 8시 뉴스를 통해 알려졌습니다. 아이들이 음식을 남기지 못하도록 훈육한다며 목덜미를 잡아채고 숟가락을 입에 쑤셔 넣으며 밥을 강제로 먹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폭행이 의심되는 장면도 포착됐습니다.

▶ [8뉴스 리포트] 강제로 음식 먹인 교사…더 잔혹한 폭행 흔적 (2016.10.23)
2년 전 확보된 CCTV에는 경찰이 혐의에 담은 학대와 폭행 의심 장면들이 고스란히 포착돼 있습니다. 피해 아동들의 부모들은 영상을 보고 "치가 떨렸다"고 했습니다. 아이들 몸에 난 멍 자국을 보며 '설마…' 했던 걱정들이 사실로 확인되는 순간, 얼마나 화가 나고 놀랐을까요. 배를 움켜잡으며 울면서도 선생님이 무서워 입을 틀어막는 5살 아이 모습을 보고 부모들은 오열했습니다. 이 보도를 TV로 지켜본 부모들도 함께 불안에 떨었을 겁니다.

부모들을 더 화나게 했던 건 교사가 CCTV 사각지대를 잘 이용했다는 겁니다. CCTV 아래로 끌려간 아이의 머리가 수차례 뒤로 젖혀지고 한참 뒤 아이가 배를 움켜잡고 자기 자리로 돌아오는 장면이 그나마 일부 찍혔고, 폭행 혐의를 입증하는 증거가 되었습니다. 찍히지 않은 일들은 아이들과 피고인 말고는 아무도 모릅니다.

피고인 36살 강 모 씨는 법정에서 "아이들을 달래려 안아주었을 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폭행은 전혀 없었고 일부 학부모의 부탁에 따라 편식하는 아이들에게 음식을 남기지 않도록 훈육한 것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교사의 이런 주장 가운데 일부는 재판에서 받아들여졌습니다.

● '정서적 학대와 폭행' 유죄 인정…"다른 학대보다 경미하다" 형 집행은 유예

교사 강 씨는 5살 어린이 5명에 대해 모두 25차례 정서적 학대나 폭행을 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인천지방법원은 정서적 학대와 상습적인 폭행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정상적인 보육행위가 아니었고 고의성도 인정된다는 겁니다. 다만, 검찰이 구형한 징역 2년 6개월에 못 미치는 징역 10개월을 선고하고, 형의 집행도 2년간 유예하겠다고 선고했습니다.
어린이집 아동학대(사진=연합뉴스)재판부는 "학대 횟수가 상당하지만, 그 정도가 다른 아동학대 사건보다 경미하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또, "교사가 고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자신의 행위를 반성하며 뉘우치고 있다", "전과가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집행을 유예한다는 겁니다.

검찰은 형이 지나치게 가벼워 부당하다며 항소했습니다. 피해 학부모는 재판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CCTV 사각지대에서 주먹 쥔 팔을 휘두르는 장면이 포착됐지만, 재판부는 "피고인 말대로 안아준 건지 폭행인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며 혐의 일부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2년 5개월 동안 폭행과 학대를 부인하며 반성도 사과도 없다가 마지막 공판 때 판사 앞에서 '거칠게 훈육한 것만 잘못했다'고 인정한 게 반성이라고 할 수 있냐?" 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 "엄마, 선생님 꼭 혼내줘. 발로 뻥 차서 우주까지 날려줘."

어린이집 학대는 2년이 지난 지금도 잊을 만하면 다시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 [8뉴스 리포트] 툭하면 멍자국…어린이집 CCTV에 드러난 학대 정황 (2018.11.22)

정부는 내년도 저출산 정책에 전체 예산 7.4%에 달하는 24조 1430억 원을 책정했지만,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한, 돈 주면서 애 낳으라고 등 떠밀어 봐야 다 공염불일 겁니다. 출근은 해야 하고, 아이 믿고 맡길 데는 없고…. 안 낳고 말죠.
유치원, 어린이집 의자 (사진=연합뉴스)2년이 지난 지금, 그때 그 아이들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습니다. 심리 치료를 받으며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혹시라도 아이의 상처가 다시 떠오르지는 않을까, 부모들은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문제의 어린이집이 아파트 근처에서 아직 운영 중인데, 사건 이후 아직도 그 근처를 피해 다닌다고 합니다.

당시 피해 아동들은 잠을 잘 자지 못하고 식사를 거부하는 등 불안 증세를 보였다고 합니다. 자다가도 깜짝 놀라면서 깨어나 울거나 매트에 침을 뱉는 등 이상한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고 합니다. "엄마, 강○○ 선생님 꼭 혼내줘. 엄마가 발로 뻥 차서 우주까지 날려줘." 이런 말도 했답니다.

"처벌이 너무 약하니까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나는 것 같은데 정말 강한 처벌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2년 전 피해 학부모의 바람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사진=연합뉴스)  
페이지 최상단으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