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저널리스트] "컬링에 금 빗자루는 필요 없다"…'팀킴의 눈물' 단독보도 그 이후

정윤식 기자 jys@sbs.co.kr

작성 2018.11.28 18:10 수정 2018.11.29 11:4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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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기자들이 뉴스에서 다 못한 이야기를 시청자들께 직접 풀어 드리는 '더 저널리스트(THE JOURNALIST)'! 이번 순서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은메달리스트 '팀킴'의 부당대우 논란을 단독 보도한 SBS 스포츠부 기자들입니다. 컬링 담당 취재기자인 이정찬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지난 8일 '팀킴' 선수들이 지도부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부회장, 그의 딸인 김민정 평창올림픽 당시 팀 감독 그리고 김 감독의 남편이자 사위인 장반석 감독의 부당한 대우를 고발하는 호소문을 상급기관인 대한체육회와 경북체육회에 제출한 사실이 SBS 보도를 통해 처음 드러났습니다.

■ "팀킴의 후원금은 어디로 갔을까"…부당 대우에서부터 돈 문제까지

취재진이 의혹을 제기하는 부분은 크게 3가지였습니다. 부당한 대우를 받았고 인권침해와 폭언, 사생활 침해를 받았다는 것이 첫 번째 의혹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우리나라의 제 1호 컬링 경기장인 의성 훈련원이 사유화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마지막이 돈 문제였습니다. 사실 돈 문제가 가장 민감하고 어려운 부분입니다.

다른 취재진이 인터뷰를 할 때 선수들이 "의성군에서 군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아서 준 격려금이 있다고 들었고 그것에 감사하는 사진도 찍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팀킴은 그 뒤로 격려금이 얼마인지 어떻게 들어왔는지 들은 바가 전혀 없다고 말했고 그 부분에 대해 추가 취재를 시작했죠.

선수들이 기억하는 금액은 2~3백만 원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의성군에 내려가서 확인해보니까 실제로는 3천만 원 정도였습니다. 개인이 1천만 원을 후원한 경우도 있었고 작은 규모의 마을에서 십시일반 모은 돈도 있었습니다.

팀킴의 모든 선수가 의성에서 태어나고 자란 선수들이잖아요. 고향 사람들이고 돈의 액수를 떠나서 진정성이 큰 격려금이고 감사한 돈인 거죠. 그런데 놀랍게도 김경두 씨의 사위인 장반석 감독에게 2천8백만 원, 김민정 감독에게 2백만 원이 송금된 것으로 나오는 거예요.

장반석 감독은 이 부분에 대해 "타이밍을 놓쳤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2천8백만 원이 팀킴에게만 주어진 몫이 아니라는 겁니다. 경북체육회 컬링 선수들을 비롯해 평창올림픽에 나갔던 국가대표 선수들이 모두 경북체육회 소속이다 보니까 이들 전체를 향한 후원금이 2천8백만 원고 팀킴을 향한 후원금은 2백만 원이라는 것이죠.

그런데 어떤 비율로 나눌지 고민하다가 말할 타이밍을 놓쳤다는 게 장반석 감독의 해명이었습니다. 하지만 해명을 받아들이기엔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팀킴에게 2백만 원을 미리 줄 수도 있었는데 그렇게 되지 않았고 감사에 성실히 임해 설명하겠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선수들이 세계적인 기량을 가진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평창올림픽의 은메달뿐 아니라 컬링 선수들이라면누구나 나가고 싶어 하는 '그랜드 슬램'이라는 대회가 있습니다. 이 대회는 상위권에 올라있는 초청을 받아 나갈 수 있는 대회인데 현재 주최 측에서 계속 초청하고 있는데도 출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제 대회 성적이 없다 보니 팀킴의 순위는 계속 떨어지고 있었고 지금은 거의 20위권으로 떨어졌습니다. 내년 시즌에는 그랜드 슬램 초청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인 겁니다.

선수들 입장에서는 베이징 올림픽 도전은 차치하고 선수 생활을 계속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점이 두려웠을 겁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절박함이었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5명이 계속 팀킴을 하고 싶었는데 그게 어려워지니 선수 생활을 걸고 이야기한 겁니다. 경북체육회는사실상 김경두 일가가 이룬 것이기 때문에 선수 생활이 끝날지도 모른다는 절박함 속에 나섰던 것이죠.

■ 통제, 검열, 폭언 논란에 더해진 캐나다인 피터 갤런트 코치의 증언

선수들이 납득할 수 없는 수준의 폭언이 이뤄졌고 팬들로부터 온 편지도 다 뜯어서 검열하고 전해줬다고 합니다. SNS 팀 계정을 열면서 내용을 제약하는 등 사생활도 통제했습니다.

김은정 선수가 했던 말 중에 인상적인 것은 "인터뷰 시간이나 양을 통제하는 것은 동의할 수 있지만 내용을 통제하는 것은 선수로서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는 말이었습니다. 선수들과 지도부 사이에 인식의 차이가 분명히 컸던 것 같습니다.

사실을 공개하고 싶지 않은 부분이었고 고민도 많았습니다. 일단 김경두 씨는 폭언이 절대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여기에 재반박하는 차원에서 공개할 수밖에 없었던 부분이 좀 있습니다. 주장을 불러놓고 특정 선수에 대해 욕을 한 건데 굉장히 격앙된 발언이 많이 나왔습니다.

김경두 씨는 예전부터 김민정 감독을 선수로 키우고자 했던 마음이 있었던 거 같아요. 올림픽 직후 김경두 씨의 말을 들어보면 "딸이라고 해서 선수로 참가하고 싶은 마음이 왜 없었겠느냐"라고 인터뷰한 내용도 있습니다. 하지만 선수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그것을 위한 노력은 전혀 없었다는 것이죠.

팀킴 선수들을 지지하는 성명을 낼 때부터 갤런트 코치와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었어요. 캐나다 시간으로 밤, 우리 시간으로 아침 화상 통화가 이뤄졌는데 부탁을 하더라고요.

"한국에 있는 모든 분이 팀킴의 말을 100% 믿어주셨으면 좋겠다"면서 팀킴의 상황을 지지해줬으면 하는 이유로 "그들이 말하는 게 모두 진실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리고 갤런트 코치로 두 번째 이유로 이건 "너무 슬픈 일이기 때문"이라며 팀킴이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팀킴을 지도하면서 갤런트 코치가 당한 피해도 굉장히 많습니다. 인터뷰에 나서지 못했고 심지어 대회 초반에는 외국인 지도자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선수촌에 들어올 수 없다는 말도 들어야 했습니다. 또 충격적인 건 같은 대표팀이 입는 단체복을 지급받을 수 없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합니다. 갤런트 코치 입장에서는 차별로 느껴지는 부분이죠.

갤런트 코치는 "남자팀 코치는 더 심했는데 그 팀에 김경두 씨 아들이 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실력으로 따지면 팀에서 다섯 번째 수준이었는데 1, 2차전 모두 김민찬 선수가 선발로 나섰다는 겁니다. 사실 이 부분도 감사에서 분명히 밝혀져야 할 부분입니다.

■ "선수들이 쫓겨난 컬링 훈련장은 김경두 씨가 올 때만 문이 열렸다"

팀킴이 인터뷰에 응하고 기자회견을 연 기간은 휴가 때였습니다. 경북체육회에 소속된 선수들이기 때문에 일단 팀에 복귀를 한 상태인데요. 중요한 것은 선수들이 운동을 해야 하는데 보도가 나간 것처럼 현재 의성 컬링 훈련원은 매일 낮에는 굳게 잠겨있습니다.

특정 시간에만 열리는데 바로 김경두 씨가 훈련원에 올 때입니다. 그가 대답을 피하고 있기 때문에 훈련원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방법은 없습니다. 그런데 전국에 컬링장이 몇 군데 없습니다. 의성 컬링장을 쓸 수 없기 때문에 선수들은 지상 훈련만 하는 상황입니다.

사실 얼음 위에서 하는 스포츠 중에 빙질에 가장 예민한 종목이 컬링입니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고 작은 알갱이라는 페블(pebble)이 있어서 어떻게 스위핑(sweeping) 하느냐에 따라 스톤(stone)이 휘어지기 때문에 아무 데서나 컬링을 할 수는 없습니다.

김경두 씨가 경북 의성에 있는 컬링 훈련원을 짓는데 사재를 출연했다는 부분은 확인된 것이 없습니다. 의성군과 경북체육회, 도비 등이 쓰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지금까지 2016년 2017년 매년 김경두 씨의 개인 계좌로 1억5천만 원씩 훈련원 사용료가 지급됐다는 부분도 감사에서 밝혀져야 될 부분입니다.

김경두 씨가 우리나라 컬링의 선두자, 개척자였던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아들, 딸에게 컬링을 전하고 함께한 것도 전혀 문제 될 게 없습니다. 오히려 건강한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아버지가 개척자라는 이유로 혹은 컬링 종목에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실력이나 능력이 부족한데 등용하거나 선발하려 했다면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행동이 스포츠의 근간이 공정성을 흔드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기량을 갖추지 못했는데 누군가의 딸이라는 이유로, 아들이라는 이유로 감독이 되고 선수가 된다면 얼마나 많은 선수들이 슬프겠습니까. 혈연, 지연 중심의 선발은 아무리 노력해도 극복할 수 없는 부분이니까요.

■ 팀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컬링에 금 빗자루는 필요 없다"

팀킴의 팀워크가 없었다면 나올 수 없는 보도였습니다. 다섯 명 중에 단 한 명만이라도 '나는 이 팀에 남아서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면 이만큼 힘을 얻을 수 없었을 겁니다. 실제로 수많은 팀이 화해된 과정도 그랬습니다.

다섯 명이 보여준 팀워크는 정말 놀라웠습니다. 그들의 팀워크를 보면 '괜히 올림픽 은메달리스트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만약 선수들이 입을 열지 않았다면 시작도 하지 못했을 보도입니다. 사실 이 사건을 취재한 지 1년이 넘었는데 그동안 끙끙 앓고 있었거든요.

선수들의 입을 통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보도였기 때문에 다른 취재진도 함께 고민하고 같이 만들어낸 보도였습니다. 선수들이 힘을 실어줘서 취재진이 좀 더 크게 목소리를 낼 수 있었고요.

우리나라의 후원 문화가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정부가 주도하면 기업이 따르고 그 기업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지원하다가 안 좋은 일이 생기면 후원을 끊깁니다. 이런 일들은 계속 반복됐고요.

컬링 경기 연맹에 후원하던 기업이었던 신세계는 현재 후원을 끊었습니다. 이런 부분들도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소액이라도 선수들을 직접 후원할 수 있는 구조, 기업과 정부의 지원이 끊기더라도 자생할 수 있는 능력을 조금씩이라도 키워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고 언론 등이 감시자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할 거 같습니다.

보다 건강한 스포츠 행정과 조직, 다양한 선수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다 같이 노력해야 한다고 봅니다. 평창올림픽이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현재 우리의 모습은 너무 부끄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 이정찬 기자 / SBS 스포츠부
팀킴 더저널(취재 : 김영성, 김형열, 이정찬, 하성룡, 박재현 / 기획 : 정윤식 / 구성 : 장아람 / 촬영 : 정상보 / 편집 : 이홍명, 김보희, 이은경 / 그래픽 : 소경진, 감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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