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끝까지판다] 美 대학으로 샌 연구비…이메일 속 드러난 정황

이면계약서 결재한 총장님…매년 4억5천 보내

한세현 기자 vetman@sbs.co.kr

작성 2018.11.25 21:10 수정 2018.11.25 22:22 조회수
프린트기사본문프린트하기 글자 크기
<앵커>

앞으로 우리가 먹고살 새 기술 잘 개발하라고 정부가 연구자들한테 지원하는 돈이 1년에 20조 원입니다. 이 엄청난 돈 제대로 쓰이는 건가 의심에 목소리가 높은데 한 유명한 대학에 총장이 이면계약서까지 써가며 이 연구비를 빼돌린 혐의로 정부가 감사에 들어갔습니다.

한세현 기자가 단독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2013년 국립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디지스트'는 미국 버클리대 물리학연구소와 '공동연구' 협약을 맺습니다.

디지스트는 연구비를 버클리대는 한국에 없는 고가의 연구 장비를 무상 제공해 신물질 등을 연구한다는 협약입니다.

한국연구재단 등은 이 계약서를 믿고 매년 9억 원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연구 협약에 이면계약이 있었다는 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감사에서 적발됐습니다.

버클리대가 무상 제공한다던 연구 장비는 디지스트가 사용료를 내는 조건이었던 겁니다.

이면계약의 최종결재권자는 당시 디지스트 총장이던 신성철 현 카이스트 총장.

SBS가 입수한 디지스트 내부 문건을 보면 매년 40만 달러, 약 4억 5천만 원을 버클리대에 보내게 돼 있습니다.

2014년부터 지금까지 21억 원이 넘어갔고 오는 2021년까지 13억 원을 더 보내야 합니다.

이면계약으로 건네진 연구비는 당시 버클리대 계약직 연구원이던 신 총장의 제자 임 모 씨의 인건비로도 사용됐습니다.

[학계 관계자 : 신 총장 결재로 연구비가 넘어간 상태고, 이 정도 규모 (연구비)를 자기 제자에게 지원해줬다, 의문이 많은 부분이기도 하죠.]

신 총장은 카이스트로 옮기기 직전까지 이 계약을 챙겼다고 다수의 실무자들이 털어놓습니다.

[디지스트 교수 A씨 : (신 총장님께) 논의 드렸다고 말씀드릴게요. 논의에 다 포함돼요. 전체적인 진행 방향을 문의드리고, 그다음에 진행했기 때문에….]

하지만 신 총장은 취재진에게 "후배 연구자들을 신뢰해 그들이 올린 서류를 충분히 보지 못하고 결재한 것 같다"며 책임을 미뤘습니다.

그런데 취재진이 입수한 디지스트와 버클리대 간 이메일에는 "몰래 서류를 조작해 큰 문제가 될 거다.", "디지스트 측 의견에 따라 내용을 수정했다." 등 신 총장 지시로 움직인 정황이 드러납니다.

[디지스트 교수 B씨 : 최종 결정은 최고책임자가 할 수밖에 없는 거죠,사실은. 총장님이 맞죠.]

과기부는 신 총장 등을 검찰에 수사 의뢰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 문제 취재한 한세현 기자와 얘기 좀 더 나눠보겠습니다.

Q. 문제의 계약, 왜 지금도 유지?

[한세현/기자 : 이번 이면계약의 핵심은 돈을 주지 않고 쓰겠다는 연구 장비를 알고 봤더니 실제로는 돈을 주고 쓴 거거든요. 물론 다 나랏돈입니다. 이 계약이 지난해 초에 연장이 됐는데 2021년까지 연장이 됐습니다. 그래서 매년 나랏돈 4억 5천만 원 정도를 계속 미국에 보내야 되는데 계약을 연장 당시 디지스트 연구자들이 주고받았던 이메일을 저희가 국회를 통해서 확보를 해봤는데요, 거기 보면 "신 총장이 카이스트 총장으로 떠나기 전에 이번 계약 연장을 마무리 짓자" 이렇게 논의한 대목이 나옵니다. 비록 카이스트 총장으로 옮겼지만 신 총장이 과학계에 가진 영향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이 계약에는 손을 댈 수 없었다, 디지스트 연구자들은 그렇게 저희들에게 털어놨습니다.]

Q. 신성철 카이스트 총장 해명은?

[한세현/기자 : 한마디로 '나는 잘 몰랐다' 이거고요. 좀 더 설명을 드리면 '밑에 후배 연구자들을 믿고 그들을 신뢰하기 때문에 그들이 올린 보고서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결재했다' 이런 겁니다. 돈을 받은 미국에 있는 신 총장 제자에 대해서도 '워낙 연구력이 좋고 발전 가능성이 크다 보니까 지원을 한 거지 사적으로 혹은 다른 이해관계가 있어서 지원한 것은 아니다' 이렇게 해명했습니다. 그리고 미국에 머물고 있는 신 총장 제자에게도 저희가 직접 이메일과 전화를 통해서 취재를 했는데요, 이 박사는 '자신은 중간에서 계약 서류만 전달했고 여러 연구자 중의 한 명일 뿐이다' 이렇게 해명을 했습니다. 하지만 과기부 감사팀이 확보한 디지스트 내부 문건과 당시 연구자들이 주고받았던 이메일을 보면 여기에는 신 총장이 이번 이슈에 대해서 굉장히 깊게 관여한 정황이 드러난 거로, 포함된 거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희도 취재한 내용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이번 이슈 끝까지 잘 취재하도록 하겠습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이승환, 영상편집 : 황지영)      
페이지 최상단으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