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 원아 수 줄여 폐원 '꼼수'…학부모·교사들 발 동동

홍지영 기자 scarlet@sbs.co.kr

작성 2018.11.11 10:09 수정 2018.11.11 11:58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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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사립유치원이 원아 수를 줄여 폐원을 유도하려는 '꼼수'를 쓰면서 학생·학부모·교사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11일 교육계에 따르면 최근 사립유치원 회계비리 사태 이후 일부 유치원들이 원아모집을 하면서 학부모에게 무리한 조건을 내세워 일부러 정원을 채우지 않으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울산에 있는 한 사립유치원은 최근 학부모에게 원아 진급 신청서를 보내면서 ▲ 수업시간 오전 8시40분∼오후 12시40분 ▲ 여름·겨울 각 5주간 방학 ▲ 점심 도시락 지참 ▲ 자가 등·하원 등 일반 사립유치원과 전혀 다른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특히 누리과정 지원금 22만원을 학부모가 국가에서 직접 받아 납부하라고 공지하기도 했습니다.

누리과정 지원금은 원아가 유치원에 등록하면 교육청이 유치원에 지급하는 형식이라 학부모가 이를 국가에서 받아 납부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 유치원에 아이를 보낸다는 학부모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그만두라는 말 같은 허울뿐인 진급 신청서를 보고 (진급을) 신청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다"며 "아무 힘도 없는 피해자는 우리 아이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교사들도 사정이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폐원을 검토하는 유치원의 교사들은 졸지에 실업자가 될 처지에 놓였지만 제대로 된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합니다.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런 어려움을 토로하는 게시물들이 이번 유치원 사태 이후 여러 건 올라왔습니다.

폐원을 결정한 사립유치원 교사라고 소개한 한 청원인은 "운영비 부족을 (폐원) 이유로 들고 있지만 정확한 이유는 통보받지 못했고, 폐원 소식도 학부모님들보다 늦게 전달받았다"며 "교사들은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게 됐는데 제대로 된 권리를 주장할 수도, 보장받을 수도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고용보험에 들어있지 않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고, 1년마다 직장을 옮길 수 있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퇴직금 급여(지급)가 안된다고 한다"며 "비리에 가장 타격을 입은 건 학부모와 아이들이지만 그 다음은 교사"라고 덧붙였습니다.

사립유치원 교사는 고용보험이 아닌 사학연금 가입 대상자로 분류되기 때문에 실업급여를 청구할 수 없습니다.

역시 사립유치원 교사라고 소개한 다른 청원인은 "'유치원 비리 근절 3법' 정책에 대한 반대로 오늘 폐원한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남아있는 아이들뿐 아니라 한순간에 교사도 버려지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현장에서 벌어지는 변칙적인 폐원 시도에 교육 당국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어떤 방식으로 폐원하더라도 학부모 (3분의 2 이상) 동의와 유아 지원 계획(원아 분산수용) 등은 마련해야 한다"며 "유치원을 더 운영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이런 식으로 표현하는 만큼, 아이들 입장에서 무엇이 최선의 선택인지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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