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랩]'운인가 능력인가'…이종석의 목소리로 던지는 묵직한 화두

SBS뉴스

작성 2018.11.11 09:5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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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TV랩]운인가 능력인가…이종석의 목소리로 던지는 묵직한 화두
"성공을 가르는 기준은 '운'일까 '능력'일까"

아주 오래 전부터 우리 사회를 넘어 전 세계인이 던져온 질문이다. 사람이 성공하는 건 좋은 부모와 환경의 덕인 '운'인 걸까, 운이 없어도 '능력'이 있으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는 걸까.

요즘 사회는 이 운과 능력 사이에 대한 고민이 '공정성' 문제로 확대됐다. 2년 전 최순실의 딸 정유라는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라고 말했다. 불공정과 비리에 대한 거부감은 촛불을 들고 공정성을 요구하는 외침으로 번졌고, 이는 정권 교체까지 이어졌다.

역시 2년 전, 구의역에서 지하철 스크린 도어를 수리하다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김 군의 죽음이 세상에 던진 질문 또한 '공정성'의 문제였다. 이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이끌었는데, 여론의 지지를 얻었던 이 움직임이 반대로 기존 정규직들 사이 '불공정하다'는 반발을 샀다. 오랫동안 준비하고 공부해서 힘들게 서울교통공사에 입사했는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쉬어지면 자신들의 노력은 어디서 보상받냐는 논리였다. 양쪽 다 '공정성'을 말하는 데 입장이 극명하게 달랐다.

SBS 창사특집 대기획 2부작 다큐멘터리 '운인가 능력인가-공정성 전쟁'(이하 '운인가 능력인가')는 '운'과 '능력'이라는 틀을 통해 대한민국 청년들의 분노와 좌절의 이야기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다큐멘터리다. 왜 두 개의 공정이 부딪히는지, 청년들이 스스로를 불운하다고 여기는 이유가 뭔지, 진정한 의미의 '능력주의'가 지금 실현되고 있는지, 한국사회는 '능력'이 꽃 피울 수 있는 '운'을 적절히 나눠주고 있는지, 불운을 줄이고 '능력'을 '운'으로 늘려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을 생각해보자는 게 기획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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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SBS사옥에서 열린 '운인가 능력인가'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연출자 류영우PD는 "이 주제를 고민하기 시작할 때가 연초였다. 한참 동계올림픽과 서울철도공사 관련해서 청춘들이 분노하는걸 보며, 왜 '공정'이란 단어에 반응할까란 생각에서 출발했다"라고 밝혔다.

박진홍 CP는 "지금 청년 세대는 굉장한 경쟁을 하며 살고 있다. '청년 불운시대'이자, 유례없는 스펙을 쌓은 세대라고도 한다. 그만큼 뛰어난 인재가 많은데, 상대적으로 그걸 발휘할 통로는 적어 스스로들 불운하다고 느낀다. 여기서 '운과 능력'이란 키워드가 나왔다"라며 "공정에 대해서도 이전보다 예민해졌다. 구의역 사망 사건만 보더라도, 비정규직 처우 개선이 공정한 일이라 생각됐는데, 그 이후에 나타난 목소리들은 또 달랐다. 양쪽 다 공정이라고 같은 말을 하는데 충돌이 생긴다. 이건 그 분들의 탓이 아니다. 이게 왜 그럴까, 배경엔 뭐가 있을까, '운과 능력'이란 틀로 보면 다른 관점에서 보이지 않을까, 하는 게 이 다큐의 첫 계획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운인가 능력인가'를 이끌어가는 내레이션은 배우 이종석이 맡았다. 이에 대해 류영우 PD는 "예전에 이종석 씨가 운영하는 카페에 관한 설명을 선배 PD한테 들은 적이 있다. 어린 시절 어려운 형편에서 배우 생활을 하며 같이 고생한 친구들을 위해 사비를 털어 카페를 만들었다더라. 그게 우리 다큐가 말하고자 하는 지점, 능력 있는 사람이 운을 극복하는 과정과 맞닿은 부분이라 생각했다"라며 이종석의 가치관과 이 다큐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일치했다고 전했다.

이어 정선년 작가도 "이종석 씨는 대본도 철저히 보고 워낙 노력파로 알려져 있다. 본인이 성공한 것에 대해서도 실력이나 노력보단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는 게 있더라. 그 부분도 우리 주제랑 맞지 않을까 싶었다"며 다큐의 기획 의도와 잘 맞았던 이종석에 대해 설명했다.

이종석은 이번 다큐로 데뷔 이후 처음 내레이션에 도전했다. 최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팬미팅 이후 비자 문제로 현지에 억류되며 팬들의 걱정을 샀던 그는 국내에 돌아온 후 첫 스케줄로 '운인가 능력인가' 내레이션에 임했다. 정 작가는 그런 이종석의 참여에 고마워하며 "실제 더빙할 때도 느낌이 너무 좋았다"며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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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인가 능력인가'의 1부에선 '분노한 자들의 도시'라는 부제로, 불공정에 분노하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특히 정유라의 학사비리를 최초 제보한 학생이 '운인가 능력인가'를 통해 처음으로 방송에 출연한다.

"가만 두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 친구(정유라)의 반칙은 도를 넘었었다"라고 말하는 최초 제보자는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길 바라며 학교에 대자보를 붙였고, 언론에 제보했다. 이 작은 불씨가 커져 전 국민이 촛불을 들게 만들었고 대통령 탄핵정국의 연결고리가 됐다.

류영우PD는 "이번 다큐의 주제를 고민하게 만든 가장 큰 사건이라, 그 첫 문제를 제기한 친구를 꼭 만나고 싶었다. 오랜 기간 설득했고, 그 친구도 다큐 취지에 공감하며 출연에 동의했다"라고 최초 제보자를 섭외할 수 있었던 배경을 밝혔다.

이어 류PD는 "그 친구도 얼굴과 실명 공개에 대해 걱정하긴 했다. 제가 과거 '그것이 알고싶다'를 했었는데, 그 때 느낀 게 주요 제보자는 언론에 노출되는 게 오히려 더 나은 경우가 많았다. 그 부분에 대해 그 친구도 동의했고, 특히 저희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에 공감했다. '누군가 반칙하는 게 아니고 세상이 바뀌면 좋겠다'라면서 얼굴 공개에 동의했다"라고 최초제보자가 카메라 앞에서 용기를 낸 이유를 설명했다.

'운인가 능력인가'는 불운을 만드는 한국형 능력주의의 문제점을 꼬집는다. 또 개인의 불운을 줄이고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시스템이 필요한지 이탈리아의 연구 결과, 능력에 확실히 보상하는 미국, 많은 사람이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주는 핀란드 등 해외의 시스템을 엿본다. 특히 인도네시아의 작은 섬 람바타에 사는 라말레라 사람들의 고래사냥을 통해, 불운을 극복해온 인간의 경험을 살펴본다.

사실 어떤 다큐멘터리든 완벽한 해법을 제시하진 못한다. 다만, 지금 사회의 맥락을 들여다보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고민을 나눠야 하는지 그 질문을 던지는게 다큐멘터리의 기능이다.

박CP는 "프로그램 하나에서 대단한 해결점을 찾을 수는 없다. 그러나 그런 문제들을 계속 알리고 여러 관점에서 보고, 사람들이 어떤 아이디어를 갖고 역사적으로 어떤 해결책을 가져왔는지, 하나의 통찰을 제시하는 차원에서 다큐멘터리를 하는 거다. 이번에도 그런 문제를 '운과 능력'이란 프레임으로 그려보고자 한다"라고 전했다.

류PD는 "불운을 극복하려면, 행운을 나눠야 한다. 이게 관점이다. 더 큰 행운을 찾은 누군가가 그걸 나누고, 그게 선순환 될 때의 좋은 점, 그런 원칙적인 것을 말하고 싶었다"면서 "시험을 봐서 1.5%만이 행운을 얻는다면, 나머지 사람들은 또 다른 곳에서 행운을 찾을 수 있다. 그런 걸 돌려서 말하고 싶었다"며 자신이 생각하는 '운과 능력'에 대해 설명했다.

'운인가 능력인가'는 11일과 18일 밤 11시 5분, 1부 '분노한 자들의 도시', 2부 '불운을 피하는 법'이 각각 방송된다.

(SBS funE 강선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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