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유류세 내렸는데 기름값 그대로?…직영주유소는 바로 적용

한승구 기자 likehan9@sbs.co.kr

작성 2018.11.06 10:37 수정 2018.11.06 16:34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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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생활 속 친절한 경제 경제부 한승구 기자 나와 있습니다. 한 기자 어서 오세요. 오늘(6일)부터 유류세는 내리는데 정작 기름값은 주유소별로 내리는 데가 있고 안 내리는 데가 있다. 그 말씀이죠?

<기자>

네, 아마 오늘 다니면서 가격표 보시면 "뭐야 여기는 안 내렸네" 하는 데가 분명히 있을 겁니다. 정유사들이 오늘 새벽 0시부터 유류세 인하분을 뺀 가격으로 공급을 했다고 하는데 주유소들은 사정이 좀 다르거든요.

기존에 사 놨던 기름이 있는데 이건 세금 붙은 가격에 들여놨던 분량입니다. 물론 나름대로 최대한 재고를 줄이려고 하셨을 겁니다.

보통 한 달에 1번에서 3번까지 주유소들이 기름을 채워 놓는데 지난달 말에는 주문량이 확 줄었다고 하니까요. 그런데 그 재고 딱 맞추는 게 쉽지 않죠.

저만 해도 지난주 초에 기름 넣을 때 기름값 내린다니까 조금만 넣어야지 했다가 너무 조금 넣는 바람에 금요일에 또 넣고, 그러다 보니까 지금은 또 한 3분의 1은 차 있습니다.

한 번에 많이 넣어봐야 50ℓ, 60ℓ인데도 맞추기가 어렵습니다. 주유소마다 사정은 다르겠지만 재고 물량이 다 있을 거고요. 정유사 직영 주유소는 바로 내립니다.

벌써 어젯밤부터 포털 검색어 상위에 직영 주유소가 올라와 있더라고요. 그런데 주유소 90%는 자영업자들이라 가격을 올려라 내려라 하기가 어렵습니다.

더구나 이번에는 유류세를 이전보다 많은 15%를 내렸기 때문에 이거 다 반영했다가는 손실이 더 크죠. 다만 SK니 GS니 주유소들이 몇 개 몰려 있는 곳들이 서울에도 꽤 많은데 대체로 이런 데들은 가격도 비슷합니다.

경쟁하면서 마진은 덜 남기고 많이 파는 전략을 쓰는 곳들인데 재고관리 잘한 옆 주유소가 확 내려서 팔면 나도 안 내릴 수 없는 이런 상황들은 생길 수 있다는 거죠.

<앵커>

오늘 꼭 기름을 넣으셔야 되는 분들은 직영 표시돼 있는데 들어가시면 좀 싸게 넣으실 수 있겠네요. 이렇게 되면 당장 오늘부터 유류세 인하 가격에 파는 정유사들은 좀 부담이 되지 않을까요?

<기자>

거기도 쌓여 있던 물량 때문에 부담이 생긴 건 마찬가지입니다. 기름은 공장에서 반출될 때 바로 세금이 붙습니다. 얼마나 반출되는지 양을 보고 거기에 해당하는 만큼의 세금을 정유사들이 일단 먼저 냅니다.

그리고 주유소에 팔면서 그 세금을 주유소한테 받고, 주유소는 소비자들한테 팔면서 다시 소비자들한테 세금을 받고, 그래서 최종적인 부담은 소비자가 지는 게 맞는데 정유사들이 일종의 대납을 먼저 하고 있는 거죠.

이렇게 안 하면 유통 과정에서 탈세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보통 공장에서 기름을 만들면 송유관으로 보내기도 하고 송유관이 전국에 다 닿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인천이나 이런 데로 배로 보내기도 합니다.

어디로 보내냐면 저유소라는 데로 보냅니다. 얼마 전에 왜 고양 저유소에서 큰불이 나서 피해액이 100억 원을 넘겼죠. 풍등이 날아왔다가 불이 커졌다는데, 그렇게 기름을 모아 두는 데가 저유소입니다.

통상 기름을 보내는 데 5일, 저유소에 보관하는 게 10일 정도 걸립니다. 그럼 지금 배 타고 가고 있는 기름, 저유소에 들어있는 기름, 이런 건 이미 정유사들이 세금을 낸 기름인 거죠.

이걸 세금을 안 받고 넘기겠다고 하니까 정유사들도 손해가 있고요. 업계에서 추산하는 액수가 한 100억 원 정도 된다고 봅니다.

<앵커>

근데 어차피 6개월 뒤에는 원래대로 돌아가잖아요. 그럼 지금 못 붙여서 판 세금을 그때는 다시 붙여서 팔면 되는 것 아니냐, 남은 석유를요.

<기자>

그건 정유사들하고 주유소들 입장이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세금을 안 낸 상태로 운반 중이거나 보관 중인 그런 물량에 세금을 붙여 팔 수 있는 건 맞아요. 정유사들이.

그런데 정유사들은 내년에 세금 다시 오르기 직전에 주유소들 주문이 엄청 밀려들 거다. 그럼 우리가 재고를 많이 가지려야 가질 수도 없어서 그렇게 세금 더 붙여서 이득 볼 수 있는 양 자체가 많지 않을 거라는 거고요.

주유소들은 아무리 그래도 정유사들이 공급자고 재고를 관리할 수 있는 위치 아니냐, 그리고 리터당 마진 100원 남긴다고 치면 900원에 사 오나 1천 원에 사오나 100원 남기는 건 똑같은데 미리 그렇게 기름을 채워 놓을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물론 주유소 협회에서도 싸게 사서 채워놓고 금방 가격 올려받는 얌체 같은 주유소가 전혀 없을 거라고는 말 못 합니다. 전혀 없다는 게 오히려 비현실적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이것저것 말씀을 드렸는데, 어쨌든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내가 아무리 할인이나 적립을 받아도 다른 브랜드 주유소가 더 쌀 수 있으니까 일단 당분간은 주유소 가실 때 꼭 가격 비교해 보시고요. 아직 6개월 남았지만, 내년 5월 5일에는 꼭 차에 기름을 가득 채우는 것 정도가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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