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번화가 곳곳 '자개장'?…첨단 유행으로 돌아온 골동품

권애리 기자 ailee17@sbs.co.kr

작성 2018.11.02 09:40 수정 2018.11.02 15:18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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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친절한 경제, 금요일에는 권애리 기자와 소비 트렌드 알아봅니다. 권 기자,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요즘 유행의 첨단을 달리고 있다고 소개해 주신다고 했는데 제가 영상을 미리 봤는데 진짜로 의외네요.

<기자>

네, 저는 이 물건을 정말 어렸을 때 친가 외가 두 분 할머니 방에서 마지막으로 봤습니다. 그런데 요즘에 20대에게 가장 인기 있는 서울 번화가 곳곳에서 저희 할머니도 진작에 이른바 현대적인 옷장으로 교체하셨던 이것을 자주 봅니다.

오랜만에 보지 않으세요? 자개장입니다. 그런데 여기 어디일 것 같으세요?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서울 상수동의 한 유명한 미용실입니다. 계산대에 최신식 컴퓨터랑 자개 명패가 같이 있는 게 참 눈에 띄었습니다.

이 모든 자개장들은 물론이고요. 일부러 갖다 놓은 옛날 카세트나 서양식 인테리어긴 하지만 구한말 시대쯤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 나는 휴식공간의 소품들 전부 다 이 미용실 운영자가 전국을 돌면서 찾아서 꾸민 골동품들입니다.

[장영진/'자개장 인테리어' 미용실 운영자 : 보통 일본·뉴욕이나, 요즘엔 북유럽을 따라하고 그러는데… '우리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자개장이) '우리 것'들 중에 좀 화려하기도 하고, 빛나고 아름다운 걸 보여주고 싶어서 자개를 선택했고요.]

<앵커>

그런데 저 가게만의 독특한 인테리어가 아니라 요즘 저렇게 꾸미는 곳이 꽤 많다고 그런 거죠?

<기자>

이런 자개장을 요즘에 서울 번화가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업종도 다양합니다. 서양식 레스토랑, 카페, 술집들, 호텔도 나왔습니다. 말 그대로 유행을 선도하는 곳들인데 소셜미디어에서 인기를 크게 끌고 있는 곳들만도 여럿입니다.

이런 자개장 인테리어를 포함해서 20세기 초반부터의 현대 골동품, 우리 것 또는 그런 분위기를 물씬 살린 본격적인 복고풍이 요즘 가장 인기 있는 트렌드 중의 하나입니다.

방금 미용실 운영자 얘기한 것도 들으셨지만, 우리는 늘 서양식 환경을 세련됐다고 생각하는 데 익숙해져 있고특히 최근 몇 년 동안에는 이른바 '북유럽 스타일'이 크게 유행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북유럽 스타일'보다 더 첨단에 있는 스타일이 우리 할머니가 쓰던 물건, 우리 할아버지가 가던 가게 그 모습 그대로입니다.

지금 곧 이발관 나올 텐데요, 실은 이곳은 이발관이 아니고요. 들어가 보면 퓨전 중식 음식점입니다. 일부러 옛날 이발관 가게의 겉표면을 바꾸지 않고, 내부만 수리해서 운영하고 있고요.

양철상과 소쿠리로 상차림을 하는 걸로 유명한 음식점이나, 작정하고 1920년대 분위기를 낸 디저트 카페 같은 곳들이 줄을 서야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보통 좀 세련된 곳이다 하면 당연한 듯이 가게 이름은 외국어로 짓는 게 인기잖아요. 익숙하기도 하고요. 이곳들은 다 최근에 새로 생긴 곳들인데도 무슨 무슨 당, 상회, 양과점 그런 이름들이 인기입니다.

<앵커>

자개장에 외국 이름은 좀 어울리지 않을 것 같고요. 앞으로 이런 분위기가 계속될 거다. 내년에도 이런 복고가 또 하나의 트렌드일 거다. 이렇게 예상이 되는 거죠?

<기자>

네, 저희가 지난주에 옷 유행에서도 복고풍이라는 얘기를 사실 말씀드렸었어요. 그런데 보신 것처럼 옷뿐만이 아니라 이렇게 외식업계, 인테리어, 소비 환경 전반에 걸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입니다.

요즘 이런 분위기를 가리키는 신조어로 '뉴트로'라는 게 있습니다. 새로운 걸 뜻하는 영어의 '뉴'하고, 복고풍을 뜻하는 '레트로' 뒷부분을 합성한 말입니다.

서울대의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해마다 다가오는 해의 10대 핵심 트렌드를 이맘때 발표합니다. 여기서도 2019년의 10대 트렌드 중의 하나로 이 '뉴트로'를 꼽았습니다.

특히 '뉴트로'에 대해서는 "중장년층의 향수를 자극하는 것보다, 오히려 한 번도 이런 물품들, 분위기를 실제로 생활에서 접해본 적이 없는 10대 20대에게 인기"라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10대 20대도 미디어에서 이런 과거의 물건을 접해본 적은 있죠. 하지만 내 것이라고 받아들이진 않았던 이 분위기를 뭔가 색다르고 희귀한 것으로 느끼면서 새롭게 소비한다는 얘기입니다.

이른바 디지털 세대도 아날로그 감성에 호감을 가진다는 거고요. 어떻게 보면 익히 봐온 동시대의 세련된 것들은 주변에 흔하잖아요.

과거에서 찾았지만, 요즘에 맞게 정제된 이 분위기를 편안하게, 특별하게 여기고 찾는 이 트렌드가 한동안 더 이어질 걸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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