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룸] 북적북적 159 : 매일 가는 편의점, 그 아저씨 이야기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작성 2018.10.14 07:5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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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근무를 시작해 상품을 진열하고 나면 하루 중 유일하게 호젓하고 한가로운 시간이 주어진다. 커피 머신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을 내려받은 후, 홀로 카운터 안에 앉아 매일 1시간가량 집중적으로 글을 썼다. 출근 시간이 시작되고 손님들이 몰려오면, 앉았다 일어났다 호떡집에 불난 듯 엉덩이를 들썩이며 한 글자 한 문장씩 썼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나와 스친 손님일지 모른다. 그렇습니다. 제가 바로 그 편의점 아저씨입니다."

[편의점 인간] 이후 약 2년 만에 편의점에 관한 책을 읽습니다. 현직 편의점 점주가 일하며 틈틈이 쓴 편의점에 그 아저씨 이야기, 봉달호 작가의 [매일 갑니다, 편의점]입니다.

저의 집 주위에도 국내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편의점이 다 있습니다. 모두 24시간 영업을 합니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가거나, 지하철 역에서 오는 길에 들르곤 합니다. 언제나 원할 때 적당한 상품을 구입할 수 있어 참 편리합니다. 제가 바라본 요즘 편의점은 그 정도입니다.

하지만 편의점의 겨울, 봄, 여름, 가을 사계를 경험하는 편의점 점주나 직원은 다릅니다. 단골과 진상을 비롯해 다양한 에피소드와 애환이 흐르고 서 있는 자리와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같은 사건도 달리 읽힙니다. 흔하디 흔한 편의점 이야기 같지만 편의점 일하면서 카운터에서, 창고에서, 냉장고에서 썼다는 말처럼 내가 몰랐던 편의점의 세계가 펼쳐집니다.

"편의점에서 꼬박 하루를 보낸다. 편의점에서 한 해를 시작하고, 편의점에서 한 해를 마무리한다. 편의점에서 계절의 변화를 가늠하고, 편의점에서 세상의 움직임을 체감한다. 어느덧 편의점은 나의 세상이 되었고, 나는 편의점의 일부가 되었다."

"주로 고정된 손님을 상대하다 보니, 어떤 손님이 어떤 음료수를 즐겨 마시는지 정도는 알고 있다… 이런 건 암기가 아니라 오래된 '축적'이다. 보지 않으려 해도 보이고, 기억하지 않으려 해도 무의식의 공간에 퇴적층처럼 쌓여 있다 불쑥 튀어 오른다… 손님이 편의점을 향해 걸어오는 모습이 창밖으로 보이면 정욱이는 그 손님이 피우는 담배를 카운터 위에 미리 꺼내놓는다. 그걸 본 손님은 흐뭇하게 웃는다."

"한동안 안 팔리던 친구에게 어떤 변화를 주니 갑작스레 팔려 나갈 때, 그때의 희열은 장사를 해본 사람만이 안다. 그리하여 편의점 점주의 하루는 매장에 있는 모든 제품들과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는 과정이다. "너는 왜 거기에 있는 거니?"… 그런데 내가 이런 글을 쓸 자격이 있는 사람일까?"

"우리 편의점은 그곳에 독서대가 설치돼 있다. 편의점 특성상 차분히 앉아 책을 읽을 겨를이 없다. 근무 시간 내내 서 있어야 하는데, 일어서서라도 책 읽을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찾아낸 묘수다. 때론 너무 바빠 채 한 페이지도 읽지 못하고 넘어가는 날도 있지만, 독서대에 책은 마냥 펼쳐놓는다. 책에 대한 마음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서다. 언제나 책을 가까이하는 '듯한' 자세는 직원들에게 건전한 에너지를 전해주는 가장 간단하고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이 책에 있는 모든 글은 단 한 줄도 반듯하게 책상 앞에 앉아 쓰지 않았다. 열댓 평짜리 편의점 여기저기에 휘갈긴 내 청춘의 곰보 자국 같은 흔적들이다. 때로는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는 짬짬이 썼고, 때로는 워크인 냉장고에 들어가 음료수를 집어넣다 음료 박스 뒷면에 끼적였고, 때로는 창고 안에서 라면 상자를 정리하다 몽글몽글 주체할 수 없는 글 욕심에 휴대폰 자판을 토닥거렸다."


20년 전 제가 했던 여러 알바 중에 몇몇 장면이 여전히 선명하게 기억나는 알바 현장이라면 편의점을 꼽겠습니다. 시급 2천 원에 밤 10시부터 새벽 5시까지 주 6일 편의점의 밤을 열고 닫았던 그 몇 달 덕분에 저는 편의점에 일종의 애정과 애틋함을 갖고 있습니다. 아니, '편의점 사람', '편의점 아저씨'에 대해서겠네요.

편의점의 그 편의성이 요즘 같은 때면 조금 덜 편리해져도 좋겠다는 생각도 가끔 합니다. 부디 책 읽는 풍경의 편의점에 담겨 있듯, 봉달호 작가가 그렇다고 하듯, 한가한 시간에 잠깐이라도 몇 장씩 독서할 수 있는 여유를 모든 편의점 사람들이 가질 수 있길 희망합니다.

*출판사 시공사로부터 낭독 허가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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