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등 스리랑카인에 의외의 동정여론…"힘없는 개인에 이입"

홍지영 기자 scarlet@sbs.co.kr

작성 2018.10.13 09:25 수정 2018.10.13 11:5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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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 수백만 리터가 불탄 고양 저유소 화재를 유발한 피의자로 스리랑카 출신 근로자가 긴급체포된 뒤 '스리랑카 근로자'라는 키워드가 인터넷을 달궜습니다.

이주 노동자 관련 활동가들의 우려와는 달리 풍등 하나에 뚫린 저유소의 관리 부실을 지적하며 오히려 "죄 없는 스리랑카인 노동자에게 잘못을 뒤집어씌우지 마라"는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기사에 달린 댓글과 각종 누리집 게시물에 더해 '스리랑카인 노동자를 구속하지 말아 달라'는 청와대 청원 게시물까지 올라왔습니다.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은 검찰 단계에서 기각됐고, 이에 대해서도 "당연한 결과" 또는 "송유관 공사의 과실에 수사를 집중하라"는 여론이 주를 이뤘습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이주 노동자 혐오 정서를 고려하면 의외의 반응으로, 전문가들은 체포된 스리랑카 노동자가 이주노동자 이전에 힘없는 개인이라는 측면에 대중들이 이입한 것으로 분석합니다.

이주노동자 지원단체 '아시아의 친구들' 김대권 대표는 "호기심에 풍등을 날렸을 뿐인데, 수십억원의 재산 피해가 난 대형 화재의 죄를 뒤집어쓰는 모습을 보며 시민들이 나도 저런 일을 겪을 수 있는 힘없는 개인이라는 생각을 한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도 "이번 사건에서 대중들이 받아들인 핵심은 '외국인 노동자'가 아니라 누구나 날릴 수 있는 풍등으로 발생한 어이없는 화재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이번 사건을 보고 외국인 이주자에 대한 시선이 좋아졌다고는 볼 수 없으며 오히려 개인의 안위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측면에서는 기존의 난민, 이주 노동자에 대한 혐오와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구속영장 기각으로 풀려난 스리랑카 노동자 A(27)씨는 현재 기숙사에서 머물며 변호사, 활동가들과 함께 앞으로 진행될 경찰 수사에 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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