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트럼프 형!"…두 남자의 뜨거운 '브로맨스' 이유는?

정혜진 기자 hjin@sbs.co.kr

작성 2018.10.13 09:00 수정 2018.10.13 10:2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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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새터데이나이트라이브(SNL)세계적 유명 흑인 래퍼 '카니예 웨스트'는 스트리트 패션 아이콘이기도 합니다. 그의 패션 아이템은 그래서 주목받는데요. 흑인을 '검둥이'로 비하하는 소위 'N-단어'를 자주 사용하는 '인종주의자'로 의심 받는 트럼프 대통령과 웨스트를 이어주는 '강렬한' 패션 아이템이 등장했습니다. 평범한 빨간색의 '마가(MAGA)' 모자! 이 모자를 두고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트럼프와 웨스트, 두 남자가 뜨거운 '브로맨스(형제+로맨스, 남자들 사이의 연애처럼 불타는 우정)'를 과시했습니다.
카니예-트럼프-백악관카니예-트럼프-백악관현지시간 지난 11일, 빨간 '마가' 모자를 쓴 카니예 웨스트가 백악관에 초대돼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습니다. '마가(MAGA)'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트럼프 대통령 슬로건의 약자입니다. 트럼프는 '마가'가 쓰여진 빨간 모자를 지난 대선 유세 기간 중에 자주 쓰고 다녔습니다.

카니예 웨스트는 이 자리에서 "이 빨간 모자를 쓰면 내가 슈퍼맨이 된 것 같이 느껴진다"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무한 지지'를 드러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도 인상적인데요. 웨스트는 더 나아가 "사람들은 흑인들이 민주당을 지지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요즘은 삶의 질 문제로 민주당을 떠나고 있다"며 공화당 소속 트럼프 대통령이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 전력을 의식해서인지, 웨스트는 "사람들이 그를 인종주의자라고 하지만 인종주의가 날 조종할 순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현장에 있던 기자가 "특히 흑인들이 민감해하는 신체 불심검문(Stop and Frisk)을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습니다.

여기가 압권입니다. 웨스트는 "물론 토론해 볼 것"이라면서 "다만 형(Bro)을 화나게 할 생각은 없다"고 합니다. 이 말을 들은 트럼프 대통령은 온화한 표정으로 "난 열린 사람이고, 웨스트는 참 똑똑한 녀석(a smart cookie)이다"고 답했습니다.
카니예-트럼프 주고 받은 트위터웨스트와 트럼프의 '호형호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4월 '마가' 모자에 트럼프 대통령의 친필 사인을 받은 웨스트는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지지를 강조했습니다. "트럼프와 나는 용의 에너지를 나눠 가졌다"며 "그는 나의 형"이라고 썼습니다. 웨스트가 올린 트윗마다 트럼프 대통령은 '좋아요'를 누르고 멘션을 달아 줬습니다.

지난달 29일 미국 유명 정치풍자 코미디쇼 '새터데이나이트라이브(SNL)'에 출연할 때도 웨스트는 '마가' 모자를 쓰며 트럼프 지지 발언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백악관 방문을 통해 '뜨거운 형제'를 다시 한번 과시한 겁니다.

그런데 '아, 아름다운 브로맨스여!'라는 반응은 영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흑인 커뮤니티도, 언론들도 대부분 부정적인 평가를 내 놓고 있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카니예-스위프트-2009카니예-스위프트-2009미 언론들은 이번 웨스트의 백악관 방문을 '테일러 스위프트 효과'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국민 여동생'으로 시작해 명실상부한 최고 팝스타가 된 테일러 스위프트는 인스타그램 1억1천2백만 명, 트위터 8천4백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습니다. 'SNS 대통령'으로 꼽히는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유명인이기도 합니다. 이런 스위프트가 최근 SNS를 통해 "이번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에 투표하겠다"고 공식 선언하고 민주당 투표를 독려하고 나선 겁니다. 특히 젊은층 유권자들이 뜨겁게 반응하고 있다고 합니다.

중간선거에 정치생명이 걸려 있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달가운 일은 아니죠. 그때 마침 눈에 들어온 '카드'가 테일러 스위프트의 '앙숙' 카니예 웨스트였을 것이라고 언론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19살이던 지난 2009년 MTV 뮤직비디오 어워드 시상식에서 '최고 뮤직비디오상'을 받았습니다. 수상소감을 하려는 순간, 카니예 웨스트가 무대 위로 올라와 마이크를 빼앗고는 "비욘세가 상을 받아야 한다"고 외쳤습니다. 웨스트는 비욘세가 흑인이라 상을 못 받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이후 각종 사안들에서 스위프트와 웨스트는 충돌을 빚고, 공개석상에서 서로 '디스'하기도 했습니다.

카니예 웨스트는 TV로 방송된 이번 백악관 회동에서 북한 문제에 대한 칭찬부터 교도소 개혁까지 트럼프 대통령과 많은 얘기를 나눴습니다. 그런데 미국 언론들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기이한 회동", "백악관의 어리둥절한 오후", "초현실적인 오벌오피스(대통령 집무실) 쇼" 등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형'을 외치는 웨스트에 대한 미국인들의 반응을 보여주는 재미있는 영상을 하나 소개하며 마무리하겠습니다. 소리를 내면 괴물에게 잡혀가는 '콰이어트 플레이스(A Quiet Place)'라는 영화를 패러디한 영상인데요. 카니예 웨스트가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얘기를 들은 사람들이 놀라서 '헉' 소리를 내다가 괴물에게 잡혀간다는 내용으로 제목은 '카니예 플레이스(A Kanye Place)'입니다. 미국 SNL에서 지난 5월에 방송됐는데, 지금까지 약 890만 명의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미국인들에겐 카니예와 트럼프의 브로맨스는 '헉' 소리 날 만큼 어색한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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