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금융감독원 직원의 '이중 생활' ②

금감원, '로스쿨용 3년 휴직' 없애겠다더니…

조기호 기자 cjkh@sbs.co.kr

작성 2018.10.08 12:2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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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금융감독원 직원의 이중 생활 ②
금융감독원에 재직하며 9년 동안 학원 강사를 해온 A 씨. 그의 '몰래 겸직'은 금감원의 공적 인사 시스템에 구멍이 난 건 아닌지 돌아보게 한다. 해당 학원의 강의 시간표를 보면 A 씨는 하반기에는 주중 특정일, 토요일과 일요일에 고3 수험생들을 위한 정규 강의와 특강으로 빽빽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둘 중 하나다. 금감원 업무가 그 정도로 느슨하든가 아니면 겸직하다 걸리더라도 '밥줄'을 끊지 않는 조직의 시혜가 있든가 말이다.

금감원은 당혹스러워했다. 조직 분위기가 쑥대밭이 됐다고 했다. A 씨 사건을 계기로 조직 내 윤리 강령을 재점검하겠다고 밝혔다. A 씨를 조사한 뒤 인사위원회를 열어 합당한 징계를 내리겠다는 태세다. 그러나 금감원이 본질까지 개혁할지는 미지수다. 이번 겸직 파문 사태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A 씨는 2015년부터 현재까지 휴직을 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그는 법학전문대학원, 로스쿨에 다니기 위해 휴직을 신청했다. 금감원은 그에게 2년의 학술 연수와 1년의 청원 휴직을 더해 3년 간 휴직을 허가했다. 2년의 연수 기간 동안 A 씨는 월급의 80%를 받았다. 2천만 원의 학비도 받았다. A 씨는 로스쿨을 다니면서 학원 강의 시간을 대폭 높였다. 학원 관계자에 따르면 바로 이 시기에 A 씨의 연봉이 1억 원 안팎이었다. 이쯤 되면 A 씨가 로스쿨에 다니려고 휴직을 신청한 건지, 부업을 본격적으로 하기 위해 휴직한 건지 헷갈릴 정도다. 어찌 됐든 금감원은 A 씨의 '몰래 겸직'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여기서 금감원의 휴직 제도를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 2012년 2월 금감원은 국민을 상대로 약속한 일이 있다. 석사 학위를 취득하려는 직원들에게 허용한 3년 휴직을 2년으로 단축하겠다는 게 골자였다. 일반 대학의 석사 학위는 2년 만으로도 가능한데 3년을 준다는 건 로스쿨용 휴직이 아니냐는 국정감사 지적에 따른 후속 조치였다. 공무원이 국내 대학의 석사 학위를 취득하기 위해 쓸 수 있는 휴직 기간은 최장 2년이다. 가뜩이나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금감원이 당시 불명예(?)에서 조금 벗어나보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하지만 금감원은 지난 2015년, 2년짜리 '학술 연수' 제도를 슬그머니 만들었다. '휴직'을 '연수'로 바꾼 것이다. 여기에 1년 간 청원 휴가를 더 쓸 수 있도록 정비했다. 직원들이 다시 3년 간 휴직을 하며 로스쿨에 다닐 수 있게 된 것이다. 로스쿨용 휴직의 부활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몰래 겸직'했던 A 씨는 수혜자라고 볼 수 있다. 이게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에 금감원은 이렇게 설명했다. 금감원 업무 특성 상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에 맡길 일들이 많다, 조직 차원에서도 직원이 변호사가 돼 돌아와 업무를 하면 더욱 이익이 될 수 있다….

조직 이기주의라는 말이 있다. 바깥에서 보면 아니꼬울 수 있지만 내부 직원들에게 하나라도 복지를 더 챙겨주는 일이라면 마냥 비난할 일만은 아니다. 그러나 모든 건 상식선에서 이뤄져야 한다. 2014년 기준 직원 평균 연봉이 9천만 원을 넘고, 공무원보다 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 금감원이 대국민 약속을 저버리고 '학술 연수' 제도를 슬쩍 도입한 건 좀 아니다 싶다. '학술 연수' 전 로스쿨에 갔던 직원 10명 중 2명이 금감원을 퇴사했고, '학술 연수' 이후 로스쿨에 간 직원 7명 중 1명은 금감원 몰래 겸직을 하고 있었다. 복지도 좋지만 기강 해이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 [취재파일] 금융감독원 직원의 '이중 생활'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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